설날 그림책큐레이션(2탄)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마음

by 그림책미인 앨리

"설날 아침이 되면 왜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대문에 복조리를 걸어두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복(福)이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믿었다. 바로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액운(나쁜 기운)'을 지혜롭게 막아내는 일이었다.

신발을 훔쳐가는 야광귀를 속이기 위해 체를 걸어두고, 한 해의 나쁜 기운을 연에 실어 멀리 날려 보내던 풍습들. 얼핏 보면 재미있는 장난 같지만, 그 속에는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길' 바라는 간절하고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오늘 두 번째 테마에서는 나쁜 기운은 훠이훠이 물리치고, 기분 좋은 설렘만 남겨주는 액막이 풍습 이야기들을 만나보려 한다.

그럼 그림책 속에 숨겨진 조상들의 재치 있는 방어 작전을 구경하러 가볼까?



2. 설날 밤의 불청객, 야광귀와 액운을 막는 지혜

(1) 야광귀신 : 이춘희 글, 한병호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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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귀신이 너무 귀엽다. 손에 들고 있는 체로 뭘 하려는 걸까? 뒤에 있는 귀신은 눈 사람에게 뿔을 만들어주고 있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부제 아래 잊혀 가는 우리 옛것에 대해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국시꼬랭이 동네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소외되고 놓칠 수 있는, 작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자투리 문화들을 담아 놓은 문화 박물관이다. 잊혀 가는 옛 시절의 놀이오 문화를 담아 그림책 속에 오롯이 담아 아이부터 어른까지 들려준다.


설날 밤에 하늘에서 야광귀신이 내려온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신고 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해 첫날밤 신발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일녀 내낸 운수가 나빠져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고, 돈을 잃고, 복이 달아난다고 하니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림에서도 보면 느끼겠지만 야광 귀신이 무섭지가 않다. 오히려 어리숙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야광귀신은 아둔하고 구멍세기를 좋아하는 귀신이라 무슨 구멍이든 보면 그 구멍의 숫자를 세지 않고는 못 배겼다. 이런 야광 귀신을 잘 알기에 옛사람들은 설날 저녁에 신바을 숨기고 체를 걸어 두었다.

야광귀신을 쫓아 새해에 닥칠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지키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고 구수한 그림책이다.



(2) 신발 귀신 양괭이의 설날 : 김미혜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2011.06.03.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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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그림책이라 그런지 절판된 책이다. 하지만 신발 귀신 앙괭이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므로 도서관 가서 빌려보길 추천한다. 책 제목부터 낯선 캐릭터가 등장한다. 신발 귀신 '앙괭이'를 등장시킨다. 앙괭이란 귀신의 재미난 전설을 살아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시켜 설날 음식, 놀이, 의복, 풍습 등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설날 밤, 신발을 훔쳐 가는 귀신 '앙괭이'가 소원이의 빨간 코 새 신발을 노린다. 소원이는 신발을 지키려 '체'를 걸어두고 '똥 묻은 신발'이라는 거짓 편지까지 써 붙이지만, 올해는 독하게 마음먹은 앙괭이가 결국 신발을 훔쳐 간다. 하지만 앙괭이는 설날의 즐거움을 만끽한 뒤, 기분 좋게 소원이에게 신발을 돌려주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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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에 주근깨, 더벅머리를 한 앙괭이는 무서운 귀신이 아닌 장난꾸러기 친구처럼 그려져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게끔 한다.

신발을 지키려는 아이와 신발을 신어보고 싶은 귀신의 유쾌한 밀당! 무서운 귀신 이야기가 아닌, 설날의 설렘과 정을 듬뿍 담은 귀여운 소동극이라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3. 액운을 막고 복을 담아주는 복주머니

(1) 새해에는 복 산타 : 김용희 글, 그림 / 다그림책(키다리)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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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산타, 새해에는 복산타라니!

책 제목부터 흥미로운 그림책이다. 주인공 유라는 새해가 되어도 오지 않는 복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복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복 산타'가 되기로 결심한다.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은 유라의 귀여운 상상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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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는 가족과 이웃의 소망을 떠올리며 정성껏 복을 설계한다. 아빠, 엄마, 할머니 그리고 모두를 위한 맞춤형 복은 무엇일까? 유라가 만드는 복 중에는 엉뚱하고 기발한 것도 있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타인을 위하는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야말로 새해에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복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 '복 산타' 유라를 만나면 어떨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지 보여주는 무해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2) 복주머니 요정 : 안영은 글, 보람 그림 / 키즈엠 202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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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으로 누구 책인지 알 수 있는 그림책이다. <<복주머니 요정>> 그림책에 그림을 그린 작가는 <<파닥파닥 해바라기>> 그림책으로 잘 알려진 보람 작가가 그린 책이다.

옛날 선조들은 정초에 복을 비는 뜻으로 아이들의 옷고름에 복주머니를 매어 주었다. 새해맞이 선물로 주고받은 복주머니를 차고 다니면 한 해 동안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부른다고 믿었다. 복주머니 속에 쌀, 깨, 조, 팥 따위 곡식을 넣어 주었는데, 농경사회인 조선시대는 곡식이 복되고 영화로운 삶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새해에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달아 주던 복주머니,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복주머니 안에 어떤 것들을 담아 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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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한 복주머니를 멘 요정은 아이에게 줄 다섯 가지 복을 구하러 산 넘고 바다 건너 머나먼 길을 떠난다. 모험 도중 요정은 변비에 걸린 호랑이, 그물에 걸린 대왕 문어, 앞이 안 보이는 사자 등 곤경에 처한 커다란 동물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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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 요정은 누군가를 도울 때마다 복주머니에 소중한 복들이 쌓인다. 다섯 가지 복은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오복을 모은 복주머니 요정은 복주머니 주인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과연 복주머니 요정이 담은 복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보며 왜 그게 복인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설이 오면 아이들에게 복주머니는 물질적인 돈을 좋아한다. 물론 이 마음은 어른들이 어렸을 때 받은 설렘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복주머니에 함께 넣어주는 어른이 되면 어떨까?





4. '액(厄)'을 막고 '기(氣)'를 살리는 방패와 시작 그리고 정화 : 덕담 & 설빔

(1) 덕담 : 서정홍 글, 곽수진 그림 / 다림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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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설날, 어른에게 세배를 하고 나면 세배한 자녀를 위해 덕담을 하는 풍습이 있다.

덕담은 내가 아닌 남이 잘되기를 기원하며 서로 나누는 말이다. 하지만 보통 덕담은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서로의 ‘덕’을 비는 말이라면 서로를 향한 마음이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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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홍 시인의 시에 곽수진 작가의 그림을 더한 시 그림책 <<덕담>>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이 나와 함께 눈을 구경하고, 함께 떡국을 먹고, 함께 전통 놀이를 한다.
하얀 눈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기를, 세상과 잘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기를, 힘들 때 다시 시도하는 용기를 내기를 아이와 함께 약속한다. 그래서 그림책 <<덕담>>은 아이를 위한 기도이자 아이들에게 더 훌륭한 부모가 되어 주고 싶은 어른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덕담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어른에게도 좋은 그림책이다. 꼭 세배가 아니더라도 설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덕담을 나누면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 같다.


(2) 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 - 배현주 글, 그림 / 사계절 20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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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말하라면 당당하게 "한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복만큼 아름답고 품위 있는 옷이 있을까?

어릴 적 명절 되면 가장 입고 싶었던 옷이 한복이었고 아이를 낳고 입히고 싶었던 옷 중 하나가 한복이었다.

온 세계가 K 한복에 빠져있고 그 한복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질투는 중국이 있을 정도록 한복의 자태는 단아하면서도 황홀한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김혜경 여사님이 한복을 입고 외교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설날에 입는 새 옷, '설빔(세장, 歲粧)'은 단순히 예쁜 옷을 차려입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작과 정화, 그리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아주 깊은 사랑이 담긴 우리 고유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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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입을 날만 기다리는 여자 아이의 설레는 마음이 독자 마음을 움직인다.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한복을 입게 된다. 다홍색 비단 치마를 두르고 수눅을 맞춰 솜버선을 신은 아이 모습은 정말 예쁘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글은 설빔을 입고 있는 여자 아이의 감출 수 없는 흥분과 기쁨이 드러난다. 혼자 힘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단장까지 해내는 야무진 모습에 따뜻한 미소와 더불어 우리 옷 입는 방법까지 익히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앨범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큰 아이가 어릴 적 노란 저고리에 다홍치마 한복을 입고 결혼식에 갔을 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나는 그림책이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여자 아이가 태어나는 가정에 선물하면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그림책이다.


(3)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 - 배현주 글, 그림 / 사계절 200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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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남자아이 설빔 그림책이다.

어린 도령 한복 옷을 입고 있는 아이를 보면 너무 귀엽고 예뻐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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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을 입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남자아이의 설레는 마음과 새해 첫날을 맞는 기쁨을 담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글로 설빔을 입는 아이의 흥분과 기쁨을 표현했다.


아이는 옷을 입는다. 가장 먼저 꽃수를 놓은 버선을 신고 꽃이 핀 제 발을 보며 감탄한다. 그리고 바지를 입고 야무지게 바지허리를 여미고 대님을 꼭 묶는다. 이어 저고리, 노란 배자, 까치두루마기를 입는다. 마지막은 전복을 걸치고 전대를 둘러 묶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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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옷을 입는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여자아이 설빔 못지않게 화려하고 정교한 남자아이 설빔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또한 보료와 안석, 서안과 벼루, 필통, 문갑, 책장, 고비, 의걸이장, 관모함, 끽연구류 같은 전통 사랑방을 장식하는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책에서 얻는 재미다.


이 책 또한 아들이 태어나는 가정에 선물하면 좋은 그림책이다.

설빔 그림책으로 보고 있으면 한복의 멋에 한껏 취해져 입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설빔>> 그림책을 여자아이, 남자아이 세트로 소장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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