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하면 뭐니 뭐니 해도 떡국 그리고......
주말이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기분이다.
전통시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명절 차례상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명절 차례를 지내는 분들이 있기에 시장은 활기를 뛴다. 나 역시 시댁 설 차례를 집에서 차리다 보니 마음은 늘 부담과 바쁨이 동시에 밀려온다. 마치자마자 혼자 있을 엄마 생각에 아빠 설 차례로 부리나케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뭐든지 그렇지만 과정이 늘 길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결과는 잠시다.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서일까? 인생 또한 그렇듯 과정을 즐겨보려 한다.
'설'하면 세배, 차례, 덕담 등이 떠오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명절 음식이 하이라이트다.
손도 많이 가고 발품도 많이 가고 요리 시간도 몸의 움직임도 제일 많이 걸리지만 다 같이 먹는 음식만큼은 배부르다. 우리가 늘 접하는 광고 90%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이야말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맛 또한 그림책에서도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소재이다.
설음식에 늘 빠지지 않는 건 '떡국'이다. 마트에서 파는 떡국도 맛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방앗간 떡만큼 쫄깃하고 땡땡한 강자가 존재할까. 금방 뽑은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간장에 먹어도 꿀에 찍어 먹어도 뭐든 맛있다. 이제는 보기 힘든 방앗간이지만 어릴 적 그렇게도 심부름 가기 싫었던 방앗간이 문뜩 떠오른다.
음력 1월 1일 '설날'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그림책을 만나보자.
1. "복(福)을 담은 한 그릇"
(1) 호랭 할머니 떡국: 벼레 글, 그림 / 제제의 숲 2025.12.10.
호랑이가 떡국을?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떡을 요구했던 옛이야기 속 호랑이가 어느 날 고소한 냄새 따라가다 할머니 집을 발견한다. 떡을 훔쳐먹으려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호랑이. 앗! 그런데 할머니가 마동석?
마동석처럼 힘이 센 할머니에게 잡힌 호랑이는 할머니에게 혼나기보다 따뜻한 밥상을 챙겨주셨고 그 후 둘은 함께 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설날을 맞이해 끓인 떡국을 100그릇이 먹은 호랑이.
음식을 듬뿍 먹으면 잠이 쏟아지니 꿀잠을 자고 일어 난 호랭이는 깜짝 놀란다. 털이 하얗게 샌 호랑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떡국 100인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호랭 할머니는 다시 젊음을 찾을 수 있을까?
설날에 먹는 떡국은 한 그릇을 뚝딱 다 먹어야 나이도 한 살 먹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아이들은 한 살이라도 빨리 더 먹기 위해 몇 그릇을 먹는다면 나이가 들어가는 어른들은 일부러 천천히 먹기도 한다.
《호랭 할머니 떡국》은 떡국 백 그릇을 먹고 백 살 먹은 호랭 할머니가 되어 버린 호랑이의 이야기다.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 풍속에 친숙한 소재와 주인공, 그리고 상상력이 더해져 유쾌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탄생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아이들과 떡국을 먹으며, 혹은 떡국을 만들면서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또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과 이지은 작가가 쓰고 그린 《팥빙수의 전설》그림책도 함께 읽으며 좋겠다.
(2) 새해 복 택배 왔습니다: 백곰 글, 그림 / 이끌 2024.12.10.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손님이 택배 아저씨라는데, 《새해 복 택배 왔습니다!》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기다리고 반기는 택배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단순한 택배가 아닌, 새해를 맞이하여 도착한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뭐니 해도 택배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이 제일 두근거리듯 그림책 속 주인공 남자아이도 설렘으로 언박싱한다. 특별한 선물일 거라 기대했는데 상자 안에는 대파, 양파, 달걀, 소고기 등 '떡국'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들이 들어있다. 실망한 아이를 뒤로한 채, 택배 상자에서 나온 채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어떻게 '떡국'이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유아 4세부터 미취학 아동이 읽으면 좋겠다. 엄마가 어떻게 떡국을 만드는지 그림책으로 본 뒤 직접 요리하는 걸 도와주면서(재료준비) 완성된 떡국을 먹으면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3) 떡국의 마음: 천미진 글, 강은옥 그림 / 발견(키즈엠) 2019. 12.30.
아마 떡국 그림책 하면 어른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 《떡국의 마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이 책은 읽자마자 떡국 한 그릇을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길고 긴 가래떡을 뽑고, 둥근 태양처럼 빛나는 새해를 맞이하길 바라며 둥글게 떡을 썬다. 귀하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육수를 끓이고 완성된 맛있는 떡국을 먹고 나면 배 속이 뜨끈해지는 건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도 없이 든든해지는 순간이다.
짧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글과 떡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그림은 정말 정성이 가득 들어간 요리처럼 다가온다. 읽다 보면 침이 고이며 한 그릇을 비운 느낌이 드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설날에 선물로도 안성맞춤인 그림책이다.
2026년에는 꼭 설날에 우리 모두 떡국 한 그릇을 먹었으면 한다.
2. 떡순이 떡돌이 모두 모여라~
(1) 14마리의 떡 만들기: 이와무라 카즈오 글, 그림 /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2024. 01.29.
〈14마리〉 시리즈로 유명한 그림책이《14마리의 떡 만들기》으로 완결됐다.
떡을 만들려면 많은 도움과 부지런함이 필수다. 귀여운 생쥐 가족들은 어떻게 떡을 만들까?
오늘은 떡 만드는 날. 설날을 맞아 14마리 가족은 부지런히 떡 만들 준비 한다. 커다란 절구도 내놓고 큼직한 떡메도 꺼내고, 화덕에 불도 피운다. “다들 준비됐니? 이제 떡을 만들어 보자!” 절구에 따끈하게 찐 쌀을 넣고 떡메로 쿵쿵 내리친다. 쿵덕쿵덕 떡메 치기는 쉽지 않지만,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힘을 낸다. 둘씩 짝지어 열심히 찧으니, 어느새 따끈따끈 맛 좋은 떡 완성! 갓 만든 떡을 나눠 먹으며 14마리 가족은 반갑게 새해를 맞이한다. 14마리가 만든 떡은 과연 어떤 맛일까?
(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천미진 글, 강은옥 그림 / 키즈엠 2019.08.19.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통놀이를 유행시킨 넷플릭스 제목으로도 많이 알려진 그림책 제목이다.
‘떡들이 전통 놀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작가의 기발한 생각으로 기획된 그림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보았던 떡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다.
가위 바위 보! 인절미, 꿀떡, 시루떡, 무지개떡, 콩 썰기 떡 등 다양한 떡들이 모여 가위바이보를 한다. 술래가 된 무지개떡이 소리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면서 떡들의 특징들이 보여 웃음이 절로 나온다.
또한 나처럼 떡 종류를 모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떡 종류도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떡 이야기하며 어느 날에 어떤 먹을 먹게 되는지도 자연스럽게 안다.
떡도 먹고 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소장각이기에 적극 추천한다.
3. 복을 싸서 먹는 만두 그리고 전
(1)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2001.01.02.
이 그림책을 보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도 손이 크시기 때문이다. 손이 크다는 건 베푸는 마음도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미 오래된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 있는 그림책이다.
무엇이든 많이, 크게 하는 손 큰 할머니의 설날 이야기로 설날을 앞둔 손 큰 할머니는 숲 속 친구들까지 배불리 먹일 만두를 준비한다. 하지만 재료가 어찌나 많은지 나흘이 지나도 다 만들지 못해 할머니는 남은 만두소를 다 넣어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빚는다.
그런데 정말 할머니 손이 크다.
(2) 만두의 추운 날: 윤식이 글, 그림 / 소원나무 2026.01.30.
명절이 아니어도 한 끼 식사로 좋은 '만두'
설 명절에 먹는 만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두피 안에 정성껏 만든 소를 넣고 입을 꾹꾹 눌러 닫는 모습이 '복을 주머니에 담아 보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설날 만두를 '복만두'라고도 부른다.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과정 자체가 화목을 뜻한다. 물론 직접 만드는 것이 힘들지만 새해 덕담을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표현으로 어린이 독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윤식이 작가가 이번에는 만두로 일상 속 재충전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 만두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다. 온몸이 얼어붙을 만큼 추운 날씨지만 만두 나라의 시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겨울을 보낸다. 만두가 버스 타고 내린 곳은 떡국 목욕탕이다. 만두는 따뜻한 탕 속에서 몸과 마음을 뜨끈하게 녹이며 위로받는다.
이번 설에는 떡국에 만두를 넣어 떡 만둣국을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전놀이: 동글 글, 강은옥 그림 / 소원나무 2023.09.10.
《전놀이》그림책은 '추석'을 배경으로 나온 그림책이지만 설 명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전이기에 소개한다.
기름에 전을 부치면 고소한 냄새가 입 안 가득 침샘으로 넘치게 한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전 음식이 만들어지지만 완성된 전을 보면 군침도 돌고 괜히 뿌듯해지는 부분도 있다.
어두컴컴한 밤, 노랗고 둥근달이 뜬 날, 부엌에 있던 음식 친구들이 모두 잠에 빠져 있을 때 놀기 좋아하는 송이버섯만 눈이 말똥말똥했다. “나랑 씨름할 친구, 여기 여기 붙어라!” 송이버섯은 참지 못하고 친구들을 깨웠다. 잠을 자고 있던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송이버섯의 제안에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놀이 장소로 모여 밤새 신나게 놀았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음식 친구들이 노릇노릇하고 맛깔스러운 전들로 변해 있었다. 음식 친구들이 신나게 노는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전놀이》는 음식 재료가 ‘전’으로 만들어지는 요리 과정을 놀이의 형태로 재밌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채소, 소고기, 해산물로 이루어진 음식 재료들이 밀가루에서 뒹굴고, 달걀 물에 빠지고,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부쳐지면서 마침내 알록달록 ‘전’ 요리로 바뀌어 가는 모습은 유쾌한 웃음을 선물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읽게 되는 그림책이다. 또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그림책이다.
2026년 설 명절을 시작으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시작하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