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들이 모이는 우리 동네 광장

우리 동네 이야기 부산

by 그림책미인 앨리

작은 동네 도로에 갑자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무슨 날인가 싶어 휴대폰 달력을 확인해 보아도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은 아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일, 달팽이처럼 줄을 지어 늘어선 차들은 모두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급하게 필요한 식재료가 생각나 마트로 향하던 길, 그 긴 행렬의 끝이 다름 아닌 우리 동네 마트라는 사실을 깨닫고 헉 소리가 났다. 마침 5일 동안 진행되는 ‘막 퍼준데이’ 할인 행사가 시작된 날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는 변변한 시장이 없다. 처음 중대형 마트가 생겼을 때만 해도 대형 마트에 밀려 곧 문을 닫을 거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마트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목 돌풍데이’나 주말 할인이 겹치는 날이면 오픈 시간과 동시에 온 동네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마트 안은 평소에 이 많은 사람이 어디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진열장마다 붙은 할인 문구는 고객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고, 점원이 마이크를 잡으면 사람들은 그 굵직한 목소리에 일제히 집중한다. 물건이 조금씩 비기 시작하면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한다. 무엇을 사려했는지 잊어버릴 만큼 정신이 없으면서도, 할인에 혹해 일단 카트에 물건을 담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카트를 슬쩍 곁눈질하며 내가 놓친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는 눈매가 총알처럼 매섭다.


사실 제대로 된 시장에 가려면 옆 동네까지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어르신들은 운동 삼아 마실 가듯 천천히 걸어가시지만, 젊은 사람들은 일 분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이나 자차를 이용해 바삐 움직인다. 처음에는 집 근처 마트가 비싸다는 생각에 굳이 멀리 있는 시장을 고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남편의 조언 이후, 급한 식재료는 마트에서 해결하고 특별한 요리를 하고 싶을 때만 시장을 찾는다. 시장에는 마트가 주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이고, 어떤 재료들은 마트보다 훨씬 싱싱하고 양도 푸짐하다. 적립은 안 될지언정 시장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마트의 편리함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오늘은 다시 수요일, ‘수목데이’가 시작되는 날이다. 쌀이 떨어져 마트에 들르니 역시나 평소보다 많은 이웃이 활기차게 매장을 누비고 있다. 만약 이 마트가 없었다면 우리 동네는 암흑처럼 적막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이웃들은 세일 정보를 교환하고 소소한 수다를 떨며 안부를 나눈다. 이제 마트는 단순한 가게를 넘어,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네 시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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