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Dec 23. 2022

웃고프다

< 공감 에세이 >

2022년 동안 잘한 것이 있다면 수동적인 내가 점점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환경이지만 아직 밑바닥에서 헤엄치고 있지만 멈추지 않고 지금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나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고 싶다.


다만 늘 사람보다 행동이 느렸다.

그래서 피해도 가끔 보았다.

어제 바로 그런 결과가 나를 잠시 좌절하게 만들었다.

도용당하는 기분이 이런 거라는 걸 또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다른 누군가가 더 멋지게 포장해서 판매를 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몇 년 전 독서 수업에 대한 연구 모임이 있었다.

연구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독서 수업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면 피드백해주고 발표자 허락하에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바꾸어서 사용하도록 하는 암시적 허용이 있었다.

내가 발표한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지 지금은 자세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주변 선생님들이 모두 박수 보내며 창의적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름 뿌듯하였고 칭찬받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뒤 들여오는 소식에 마음이 찌릿하게 통증이 왔다.

유난히 나와는 달리 밝고 삭삭한 선생님이 내가 발표한 자료를 자기가 창안한 것처럼 이야기하며 떠들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그걸로 수업을 하나 맡게 되었고 난 그냥 제자리걸음이었다.

무려 이 연구회 모임 팀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의 아이디어를 물어보지도 않고 도용하였다.

뒤통수 맞는 것이 이런 거구라는 것을 뼈 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다음부터 팀장은 모임에 오지 않았고 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여하였다.

누구 하나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내 것을 챙기지 못한 것에 화가 난 것인지 배신감이라는 것이 나를 괴롭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내가 도망칠 이유는 없었기에 연구회 모임에는 끝까지 참석하게 되었지만 연구회 지원이 없어져 자연스레 해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특한 아이디어는 누구나 필요했도 나 또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에 평소 관심 있었던 큐레이션 분야에 도전했다. 미술관에서 미술작품에 대해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는 모습이 떠오르며 이 큐레이션을 책에 접목시키는 것이 너무 신기하였고 내 호기심게 불을 지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몰랐던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고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웠던 과정이 끝나 자격증을 획득하면서 도전정신이 또 발동하였다.

사실 모든 분야가 경쟁에 치열하겠지만 사실 수업을 하나 만들기 위한 경쟁 치열도 수능 못지않다.

나보다 경력이며 학력이며 높은 사람들이 비일비재했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업 강좌 하나 뚫기는 낙타가 바늘 구명 통과하는 것도 다르지 않았다.

친밀하지는 않지만 가끔 보았다는 이유로 수업 제안서를 들고 도서관 사서에게 가 특강으로 한 번 열어 줄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권해보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연락이 없어 안 되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이건 뭐지!

내가 제안한 프로그램을 이름만 바꿔 그 사서가 특강으로 진행한다는 프로그램 안내 종이를 도서관에서 보았다.


헉!

또야! 도대체 날 뭘로 보는 거지!

아, 계속 이런 일이 생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한다 말인가.

정말 쓰라렸다. 비참했다. 내 무능한 능력에 개탄스러웠다.


누군가가 그랬다.

책으로 먼저 내야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내가 무슨 수로 글을 쓰며 출간까지 한단 말인가.


내가 가는 길은 늘 이렇게 순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원망스러웠다.

만약 내가 그 순간 감정조절하지 못하고 따진 들 그 사람이 그런 적 없다고 잡다 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화나는 마음과 억울한 마음 그리고 무능한 내 능력에 눈물만 흘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랬다.


2022년에 내 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해보지 못한 분야게 뛰어들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막 달렸다.

결과가 좋지 않아 며칠 동안 우울한 마음이 나를 지배하기도 했지만 그 반면에는 또 다른 생각을 하며 스스로 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틈새시장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를 조금이나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달렸다. 당장은 표가 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 가는 빛을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끈기지 않는 실을 잡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1인 콘텐츠를 만들고 브랜드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려고 아장아장 걷고 있다.

무료를 하든 유료로 하든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관심은 있는 듯 하나 그 관심만큼 참여하지는 않았다.

인정받고 싶은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자격증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이 수없이 많은 것을 보고 이게 과연 옳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비슷한 이름을 걸고 자격증을 등록하였다.

조심스럽게 올렸다는 글을 보며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구나라는 웃고픈 상태가 돼버렸다.



지금 돌아가기에는 내 노력이 너무 아깝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이렇게 아이디어 도용만 당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열심히 한 과정에 비해 결과는 너무 초라하다.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은 더 많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마음이 나를 일으켜 세워줄지 아니면 자기 암시가 나를 다시 일어서게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되감기를 할 수 없기에 일단은 전진해 본다.


글을 쓰기에 내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니 이 또한 즐기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도시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