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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Sep 25. 2022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불편한 음식> 


탕! 탕! 탕!

현관문을 낯설게 누가 두드린다.

“빨리 열어라. 엄마 덥다.”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온 엄마의 방문


나는 신랑 눈치를 살짝 본다.

엄마는 지친 얼굴로 한 보따리 물건을 쑥 밀어 넣는다.

엄마 얼굴보다 큰 수박, 선명한 붉은색을 띤 김치통에 커다란 내 눈동자는 더 커졌다.


“ 내일 중복이니까, 집에 와서 닭 들어가. 엄마가 다 잘라 놓았으니깐 끊이기만 하면 돼.”

땀 흘리며 말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하려는 그 짧은 시간, 난 갈등하며 큰맘 먹고 말한다.

“엄마, 닭은 되었어요. 어제 닭 먹었고, 힘드신데 이제 하지 마세요. 미안해서 못 받겠어요.

냉장고에 넣을 곳도 없어요.” 하며 애써 말했다.

그 순간 엄마 표정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게 변하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원망 섞인 말과 억울함과 서운한 표정으로 휙 돌아서 나갔다. 곧 잘못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불편함이 밀려왔다.

알고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엄마가 엄청 서운해하신다는 것을.

예전에도 이런 일로 크게 싸운 적이 있어 한 달 동안 왕래도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엄마 행동에 늘 불편해하는 남편의 불평과 엄마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내가 제일 상처받았다.

남편 마음도 이해하고 엄마 마음도 이해하기에 딱 잘라 말을 못 했다.


그래서 방금 나름 정중하게 왜 그런지를 말했건만 결국엔 엄마도 남편도 모두 불편한 결과를 초래했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리할 수 있냐며 매몰차게 이야기하다 울음소리로 통화가 끊겼다.

순간 심장소리가 크게 들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과 불편함에 나는 또 쥐구멍으로 숨었다.


엄마는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 (채인선 글 /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2001)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할머니처럼 음식을 많이 하여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난 그게 정말 싫었다. 

항상 당신 것은 챙기지 않고 남을 다 나누어 주는 것이 밉도록 싫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빵 가게를 하였다.

항상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풍겼다. 가게 딸린 방이었지만 추억이 많은 곳이다.

아빠가 빵을 만드는 동안 엄마는 아빠 일을 도와준다.

그 바쁜 와중에 식사도 준비한다. 같이 일하고 있으니 삼시 세끼 다 신경 써서 요리한다. 장사를 하기에 제때 먹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손님이 덜 오는 시간에 식사하였고 빨리 먹어야만 했다.

그래야 한 끼라고 먹고 일을 할 수 있었다.


엄마 음식 솜씨는 최고였다. 엄마 밥을 먹으면 한 그릇으로는 항상 부족하였다.

마음 놓고 밥을 먹는 시간이 늘 부족했기에 엄마는 제대로 편하게 먹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음식을 하면 양을 평소보다 많이 해서 이웃에게 대접한다. 한번 정도는 맛보라고 권할 수도 있지만 자주 그렇게 행동하는 엄마 모습에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음식 심부름을 대부분 내가 해서 그 이웃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당신을, 집안일을 여러모로 도와주었고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정이라며 땀 흘리며 음식 준비하였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빠는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시지만 음식에 대한 큰 손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음식을 하게 되면 여전히 당신 것은 챙기지 않고 자식들한테 준다며 넘쳐나도록 준비한다.

엄마의 정성을 알기에 음식 받으면 좋다가도 엄마 음식을 불편해하는 남편과 싸우기도 한다.

받은 만큼 처가에 무슨 일을 해줘야 하거나 잔소리를 들어서인지 심드렁하다.

남편은 자신 어머니까 음식을 챙겨주면 거절하는데 왜 난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냐고 따진다.

차라리 음식을 사 먹자라며 이야기할 땐 정말 서운함이 밀려온다. 가끔은 매번 음식을 넘치도록 엄마가 줘서 냉장고가 감당 못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흔한 김치냉장고가 없기에 포화된 음식을 저장해야 할 때는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남편의 불평이 쌓이면서 나 또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큰맘 먹고 정중하게 말한 건데 이렇게 일이 커져버렸다.


불안한 전화통화가 끝난 후 난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전화통화를 눌렀다.

안다. 자식들에게 음식 해주는 엄마의 마음을. 

하지만 나도 가정을 이루며 사는데 내 생각만 할 수 없다. 

해마다 여름이면 '닭' 요리를 해주던 엄마 보양식을 올해는 먹지 못하고 여름이 지나갔다.


음식은 마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는 사랑이다. 하지만 때론 그 사랑의 음식이 경우에 따라 불편할 때도 있다.

여전히 엄마는 음식을 만들어 자식들에게 보내며 행복해하신다.

음식에 대한 엄마 사랑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덜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때로는 불편한 엄마 음식이지만 그 불편함 속에 숨어있는 엄마의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한다.






- 출처: 알라딘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 -

엄마 손만큼이나 큰 손 큰 할머니 이야기가 있다.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 (채인서 글 /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2001) 그림책 속 주인공 할머니는 손이 크다. 실제적으로 손이 큰 것이 아니라 많은 양의 음식을 장만하는 큰 손 할머니다. 무엇이든 많이, 크게 하는 손 큰 할머니는 설날을 앞두고 숲 속 친구들까지 배불리 먹일 만두를 준비한다. 이웃집 음식까지 다 생각해서 만드는 엄마의 큰 손과 할머니 큰 손가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쓴 웃음이 나왔다.

손 큰 할머니가 준비한 재료가 너무 많아 나흘이 지나도 만들지 못해 할머니는 남은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빚는다. 


요즘은 한동네 사람들이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음식을 옛날만큼 많이 먹지도 않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사람 사이의 정과 인간미가 사라지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다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방법 중에 음식만 한 것이 없음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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