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고 싶지 않네요





이것이 욕심을 버린 것인지

아니면

포기를 한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에 집중을 한다기보다

내가 살고 싶은 태도와 방향에

더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다.





돈은 중요하지만,


- 결국 내가 돈을 벌어서 원하는 것이 뭘까?


어쩌면 이 쓸데 없는 생각을 1년도 넘게 한 것 같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 일단 벌고나 말해.

였고 이 말도 일리가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내가 어느 정도

내 삼시세끼 해결하고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정도의

인프라는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를 것 없는 일상을 기계적으로 넘기며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염병,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

무엇을 위해서?




그럴 때마다 오빠는 말했다.

- 결국에는 네가 살고 싶은대로 좀 살아.

똥을 싸든, 욕을 하든, 하루 종일 잠을 쳐 자든.

네 인생 네가 살고 싶은대로 즐겁게 살아.




그런데 나는 도무지


내가 언제 즐거운지


내가 진짜 하고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는게 문제였다.








날마다 저런 도사 같은 생각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치열하게 일을 하고

어떤 때는 밤을 새며 무리도 하고

어떤 때는 가면을 쓰고 내가 아닌 모습을 가장하며 살았다.


성실하고도 치열하게

그렇게 매일을 보냈다.

내년 예상 이익금을 계산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신호등에 걸려 차를 잠깐 멈춘 사이,

화장실 거울을 보며 아이크림을 바르는 도중,

업체 사람들과 이러저러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문득 문득 생각이 들었다.




- 너 지금 뭐하고 있니?









지인을 만나 길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자신이 사는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을 아무 거리낌 없이

폭포수처럼 풀어놓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전혀 다른 그 사람의 생각들이 신기해서 듣다가

시간이 지나니 조금 짜증이 났다.

이미 다 꽉 찬 쓰레기 봉투에 무리해서

계속 더더 꾸역꾸역 집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니

그 사람이 내뱉은 단어의 홍수 속에서

겨우 코만 내밀고 숨을 이어가던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뭐 못난 게 있다고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살지 못할까.


잠시 잠깐 그런 슬픈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뒤이어 뭔가가 리스테린처럼 내 머릿속을

시원하게 한번 씻겨내 주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나는 그렇게 살 필요도 없고

그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게 살 생각도 없잖아?





- 그래, 그건 내 인생이 아니잖아.

- 나는 나의 방식으로 돈을 벌고

- 나의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 나의 방식으로 내 삶을 살아갈거야.






왜냐하면 그런

방식이

나에게 맞으니까.


그런

방식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니까.


나를 나로 살게 해주니까.






라식 수술을 받고 다음날 눈을 뜨면 이런 기분일까?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 보였다.









나의 기준.

내 삶의 기준.



우리는 각자의 기준이 있고


어차피 인생은 자기 만족이다.








내가 나로 살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누군지를 몰랐기 때문에

조금 슬펐던 것 같다.





엄마는 말했다.


- 야, 그냥 살고 싶은 대로 대충 좀 살아.

이렇게 사나 저렇세 사나

세월 지나고 보면 니나 나나 별반 다를 것도 없어.

지금 즐겁게 살아.






사실, 나도 모르겠다.

어떤 계기로

내가 누구인지 조금 알게 되었는지.





어쨌든 이제 조금은 안다.


어떻게 살아야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내 마음이 찝찝하지 않은 지.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이루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어떤 태도로 사는가.

그게 진짜 나의 삶인 것 같다.



어차피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에 기준을 두어서는

즐겁게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내 패이스에 맞춰,

내가 할 일을 한다.


날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쇼핑을 해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냥 나는

이렇게

내 방식의 삶을 하루하루 꾸려나가는 것이

꽤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아니 왜 그걸 거절하세요? 정말 좋은 기회인데.


- 제 기준에 맞는 게 아니라서요.

괜찮습니다. 무리하고 싶지 않네요.

어차피 될 일은 되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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