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라
사람은 이래야 하네 저래야 하네
라는 말은 하기 싫다.
여자는,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말처럼
의미 없는 말이니까.
그럼에도,
이 쯤이면
내가 서 있는 길에 꽃을 심는 게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삶이 하루하루 쌓여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참
다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옛날에 나는 돈도 더 잘 벌고,
사회적으로도 더 잘 나갔었다.
그런데도
언제나 다급했다.
승진도 해야 하고
내 능력에 걸맞는 일도 찾아야 하고
그런 배우자도 만나야 하고.
할 게 천지였다.
결혼 후에도 다급하고,
사업을 시작하고도 다급했다.
사람이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굉장히 우연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찰나의 미묘한 눈빛 하나.
밥 먹다가 찾아온 일 이 초 정도의 정적.
순간적으로 다시 느껴지는 옛날 어느 순간의 감정.
업체에 일상적인 업무상 메일을 보내며,
그냥,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아.
- 남이 가는 길로 가려고 애쓰지 말고
- 내가 서 있는 길에 꽃을 심어 보자.
더이상 무리해서 이 길의 끝을 보려고 달리지도 않을 것이고
내 길이 아닌 수많은 사잇길들 사이에서 방황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단지
하루하루
나의 세상을 만들어 갈 뿐이다.
나는
슬펐었고
아팠었고,
고민했었다.
그리고
이 쯤에서
나는 왜 내가 지금의 이 길에 서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춥고 눅눅하고 바람부는 날씨.
아는 동생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는데.
- 언니. 이번 생은 이런 거에요.
- 우리 이번 생은 망했다는 거야?
- 아니, 그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지?
이게 우리가 선택한 이번 생인 거에요.
저는 받아들이기로 했고, 여기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죠.
시간이 지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집 없는 떠돌이에게
따듯한 구들장이 있는 나의 집 하나가 생기는 시간.
남들의 차가운 입김 바람도,
쏘아 붙이는 뜨거운 열등감도
다 막아주는
내 다리 편하게 뻣고 잘 수 있는 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