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면 집에 오자마자 짐을 정리하는 나름의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루가 지나서야 짐을 풀었다.
그 정도로 피곤했다.
지금 이틀이 지났고 아직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이게 지구 자전 방향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갈 때는 시차 적응이 어려운데
반대로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는 거의 바로 현지 시간에 적응했었는데
이번에는 이것도 먹히지 않는다.
지금 새벽 2시 반.
저녁에 너무 졸려서 내팽개친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자러 들어갈까 하다가
책상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
그간 방전되어 버린 차 핑계를 대고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 데려온 200원짜리 학교 앞 병아리처럼 졸다 자다를 반복했다.
동거인은 자정이 넘어 나를 공항에서 집까지 실어다 주고
다음 날 출장 때문에 새벽에 바로 또 공항에 갔다.
텅 빈 집에 혼자 일어나니 참 기분이 좋았다.
평화.
이곳은 참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나를 포근히 감싸는 그 느낌이 좋다.
동거인은 내가 마시는 물과, 과일들, 샌드위치, 프로슈토, 훈제 연어, 계란,
자주 먹던 초콜릿 간식 같은 것을 잘 기억하고 사놓았다.
덕분에 며칠 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겨울잠을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감사: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