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40분 또 깼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40분.
이러면 곤란하다.
하루 이틀 안에 이탈리아 시간으로 돌아오지 못 하면
적어도 한 달 이상 고생할 것이다.
하지만 오는 잠을 내쫓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오지 않는 잠을 데려오는 일.
포기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아직도 자동차 배터리는 방전된 상태이고
이 핑계로 나가지 않고 있다.
어미새처럼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약속도 있고
협회 일도 있으니
토요일 오전에는 배터리를 교체하겠지만
사실 난 이렇게 집에 있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집의 전망,
그러니까 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 모습은 굉장히 중요하다.
방의 개수 보다 더 중요하고 매트리스 가격보다 더 중요하다.
집을 옮길 생각인데 이것 때문에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그거 하루에 몇 분, 아니 몇 초나 볼 것 같냐?"
너무 밝은 것을 싫어해서 사시사철 얇은 커튼을 치고 사는 오빠는 이렇게 말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그 순간들이 벌레 숨구멍 같은 것이라
작지만 소중하다.
엄마가 삼시세끼 한식 대령하고
고슬고슬한 흰색 면 커버가 씌어진 나만의 침대가 있는 한국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십 년 만에,
이번엔 온돌도 없는 이 돌바닥 집에 돌아와
내 집이 역시 최고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이 안 되어 두 시간 만에 끝낼 일을 하루 종이 끌었다.
여긴 안개가 끼면서도 해가 나는 이상한 날씨이다.
어차피 깜깜한 새벽에 일하는 것이 좋았는데
새벽 시작이건 새벽 끝물이건 비슷한 것 같아서
이렇게 된 이상 엄청난 새벽형 인간이 되어보자 싶기도.
오늘의 감사:
지속적인 의뢰.
주문한 식료품 외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 초콜릿을 사 와서 베개맡에 뿌려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