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굉장히 복잡미묘한 최첨단 프로그램 같지만
세상 단순하게 작동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 일조량에 따라 우울해지기도 하고
내가 조절할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순간 살고 싶지 않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의 칭찬 한 마디, 기대하지 않은 수입 한 줌에 일주일이 행복하기도 한...
하지만
인간은 자꾸만 그럴싸한 이유를 붙이려 드는 것 같아요.
뭔가 내가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유들.
가족의 탓을 해 보기도 하고
내 자존감 때문이라 자책해 보기도 하고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일들을 굳이 들춰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세상의 모든 일은
아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항상 어떤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욱할 일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 이유가 없는 일들이 꽤 자주 일어나더라고요.
정말, 그냥.
네 탓도 그렇다고 내 탓도 아닌
그냥.
예전엔 내 의도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못 견뎌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렇게 더 집착하고 빠져드는.
아마 결과에 중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
계속 살다보니 어떤 목적지보다는
태도와 과정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내 인생이란 어느 한 순간의 결과가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나일테니까요.
누군가는 본인 장례식에 사람이 몇이나 올까,
고독사로 죽으면 어떻게 할까.
제사는 누가 지내줄까.
화장해서 묘가 없으면 어쩌나.
이런 걸로 걱정을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결국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 아닐까요.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면 어떻게 간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부모님도 나와 함께하는 하루하루 동안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면 좋겠어요.
나중에 뭐 하나 더 물려주려고 애쓰지 마시고.
우리는 오늘의 이 불행이
또는 행운이
나중에도 계속 불행이고 행복이 될 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의 내 결정에 달렸겠죠.
내가 행운이라 명명하고
그런 태도로 살아간다면
아마 지금 불행이라 느껴지는 그 어떤 일도
필시 정반대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본인이 살고자 했던대로 살고 있는 것.
이라는 말을 가끔 생각해 봅니다.
우리 각자는 적어도
자신의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