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은 말은 아니고,
여차저차 오래된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너는 희망이 없이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사는 것 같다가 아니라.
산다고.
듣고 나서 약간 충격이 있었지만
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나에게 화가 나거나 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나는 딱히 화가 나진 않아서 아니라고 했더니
'넌 F인간이 아닌 T인간'이라며
테스트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화가 나지 않은 이유는
그 친구를 전적으로 믿어서인데(상처주지 않을 거라고).
아마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니가 뭘 아냐며 화를 냈을 거다.
어쨌든
그래서
나의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
길을 걷다가도
전철 창문으로 비친 성수대교를 바라보다가도
베개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살짝 잠이 깨는 잠깐의 순간에도
문득
나의 희망이 뭘까 생각했다.
희망이라는 것
그것의 존재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년을 앞 둔 시골 불어 교사에게 아르망디 샴페인과 같은.
사람들은 다 희망이라는 것을...
내가 막 낳은 따끈한 알처럼 고이고이 안고 사는 걸까.
나도 처음부터 희망이 없지는 않았겠지.
아무 생각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어깨에 떨어진 애벌레처럼,
나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갑자기 소름끼치게 무서워졌다.
희망이란
긍정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일까.
꿈에 부푼 기대를 말하는 것일까.
뭐가 되었든 아무튼 없네.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나는 지금 내 삶에 그다지 불만족이 없다.
대만족은 아니지만서도.
희망이랑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핍이나 인내와 연관있는 듯 보이기도 해서...
니체는 희망은 존재하는 악 중에 가장 나쁜 악이라고 했다.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므로.
근데 나는 지금의 내 삶이 뭐 딱히 고통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나는 쉽게 포기하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여우의 신포도처럼.
아니 아예 포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정신승리 여우?
특별한 목표는 없지만
내 삶이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있다.
뭔가 강렬히 원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은 있다.
난 아마 꿈은 없을거다.
무언가를 꿈꾸거나 할 정도로 순수하지도 긍정적인 인간도 아니니까.
쓰다 보니,
그래도
이 정도면 희망적인 삶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