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곽란: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하면서 배가 질리고 아픈 병.
음식이 체하여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위장병. 찬물을 마시거나 몹시 화가 난 경우, 뱃멀미나 차멀미로 위가 손상되어 일어난다.
토사곽란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습곽란 나머지 하나는 건곽란.
곽란의 곽은 급하게 진행된다는 뜻이고 란은 난리통의 그 난자이다.
토사는 말 그대로 토하고 설사한다는 뜻.
습곽란은 젖은 곽란으로 설사와 토가 동반된 경증의 토사곽란이고
건곽란은 마른 곽란으로 설사와 토를 하고 싶지만, 나오는 않는 중증의 토사곽란이다.
왜 이렇게 자세히 아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오던 건곽란이 작년과 올해 들어 꽤 자주 찾아온다.
중요한 건 건곽란은 원인이 모호하여 대비를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기가 안 통해서'라는 기가 찬 이유 밖에 찾을 수가 없다.
보이지도 않는 기를 어떻게 통하게 하라는 말인지.
엊그제 또 이 건곽란이 찾아오고,
말 그대로 사경을 헤맸다.
몇 년 전 처음엔 이 일을 겪고는 아픈 건 둘째 치고
어떻게 설사랑 토가 동시에 나오는지 기가 막혀 엄마에게 웃으면서 전화를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이 죽을 고비가 자주 찾아오다 보니,
이러다 타국에서 비명횡사하는 것도 남의 일이 아니겠다 싶어서
농담도 못 할 지경이다.
배가 콕콕 아프다가 갑자기 온 장기가 막힌 기분이 들면서
토를 하고 싶은데 토는 나오지 않고,
배는 급설사처럼 아파서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 똥을 쌀 수가 없는
정말 미치고 환장병이란 병명을 붙여 주고 싶다.
이 때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변기에도 앉아 있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정신줄을 놓았다가는 이 짧아진 호흡마저 놓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추잡스러운 상태로 임종은 맞이하고 싶지는 않아서 필사적으로
몸을 추스려 어떻게든 똥과 토를 변기에 하려고 하지만,
이 상태가 극에 달하면
손과 다리가 차가워지면서 마비처럼 뒤틀림이 오고, 급기야 배까지 뒤틀려
이제 체면이고 뭐고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다...
엊그제 다시 이 상태가 되다 보니,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고민들이 무슨 의미인가 싶고,
우울했던 기억들도 정말 쓸데없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게 뭣이 중헌디..
일단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데!
내 몸뚱이 하나 크게 아프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다 싶다.
사돈 어른께서 몇 달 전 암 판정을 받으시고 현재 마지막 날을 준비 중이시다.
60이 갓 넘으셨는데, 불과 몇 년 전에 공인중계사 공부를 시작하시고, 2년 전에는 공인중계사 사무실도 차리실 정도로 의욕이 넘치던 분이셨다.
가끔 찾아 뵙고 이런저런 상담을 할 때에도 얼마나 자상하셨는데,
지금까지 일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하셨고, 이제 편안하게 지내시나 했는데,
참, 인생이 별 것 같으면서 때론 너무 하찮다.
이 연세에 이렇게 가실 줄 아셨어도 이렇게 치열하게 사셨을까 하는 주제 넘은 생각도 해 보았다.
엄마에게 이 말을 하니
- 그걸 알면 뭔가 다른 삶을 살 것 같지? 사람이 달라질 것 같지? 사람은 그래도 살던대로 산다.
그렇게 아셨어도 아마 그동안 본인 사시던대로 사셨을거야.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살던대로'라는 말이 너무 무섭게 다가왔다.
내가 '살던대로'가 무섭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