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의 공약에 대한 단상
올해 6월, 다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아직 몇 달이 남았지만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슬슬 선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제 지방선거에 나설 사람들은 현수막을 걸거나 업적을 홍보하는 방식의 사전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
의원들이 선거를 위해 만든 공보물에는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약속들이 넘쳐난다.
그 의원이 선출되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을 단번에 개선하고,
골목상권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수년째 지연된 재건축·재개발도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지방의원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쉽지 않다.
지방자치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중앙정부로 비유해 보자면 국회가 입법과 감시 역할을 맡고,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중앙부처들이 정책을 집행한다.
지방자치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이나 군청의 각 부서는 사실상 ‘지방의 중앙부처’ 역할을 한다.
집행부가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면,
의회는 이를 심의하고 승인하거나 필요에 따라 삭감한다.
사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감사와 시정 요구를 통해 견제한다.
의원이 조례를 발의할 수는 있지만,
집행부가 사업을 하지 않고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 조례는 유명무실해지고 만다.
실제로 사업을 집행하는 주체는 시장과 행정조직이고,
의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입법과 집행부에 대한 감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원들의 어떤 공약을 경계해야 할까?
“내가 이 도로를 뚫겠다”,
“내가 재개발을 빨리 추진하겠다”,
“내가 상권을 살리겠다”는 식의 말들이다.
이런 공약들은 달콤하지만,
사실 의원의 권한을 넘어서기에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공약보다는
– 집행부를 어떻게 설득하고 견제할 것인가?
– 예산과 조례, 행정 절차를 이해하고 있는가?
– 우리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 도덕성은 검증되었나? 의원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나?
– 정책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이런 기준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의원은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시장의 무리한 공약사업을 막고,
낭비되는 예산을 검토해서 삭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에게 주는 돈이 아깝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마트에서 3천 원짜리 두부를 살 때도 원산지와 가격 등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4년이나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은 정당만 보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투표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잘만 투표하면 시장이 마음대로 사용하려던 수십억 원의 전시성 예산들을 절감할 수 있고
시장을 도와준 대가로 능력도 없으면서 기관장이 임명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청소년재단이나 문화재단, 복지시설, 도시공사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각종 기관들이 잘 운영되면서 일상생활의 윤택함으로 돌아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제 가능한 공약인지’,
우리 지역을 얼마나 알고 있고 윤리적인지,
깐깐하게 따져보고 투표해 보면 어떨까.
그 한 표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