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려는 우리의 노력

재테크에 관심을 갖다.

by 꽃피랑

나와 남편은 최근까지 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일하다 만났지만 엄밀히 말해 '회사'라기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했다.

당연히 급여가 많이 나올 리 없었고 야근수당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회사 특성상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돈보다도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했기에 나는 8년, 남편은 9년을 큰 불평 없이 다녔다.


그러다 이직을 하면서 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 자연스럽게 자산가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나보다 거의 10살이 어리지만 이미 10억대 재산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일만 하지 말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라고.

아니.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무슨 자신감이냐고 반문하며

나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나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겨우 완독은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면 무언가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졌다.

불로소득이 사람들을 더 탐욕스럽게 만들고 경쟁적으로 만드는 원인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커갔고 학원비는 많이 늘어났으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지금의 전셋값으로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경이 되어서야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이제 돈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남편은 부동산경매 수업을 신청했고 나는 회사 동료의 추천을 받아 몇몇 ETF를 시험 삼아 조금씩 구입했다.


그러자마자 비상계엄과 탄핵, 미국 관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아침마다 총 자산을 확인하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아서 팔지 못했고 내릴 때는 이미 늦은 것 같아 팔 수가 없었다.

매일 주식에 매여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때보다 올랐지만

더 살껄, 혹은 그때 팔았어야 되는데..이런 생각 때문에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남편 역시 부동산경매수업을 들으며 느낀 고충을 털어놓았다.

강사는 보통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의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집주인이 살고 있는 매물이 가장 깨끗하고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다음,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아야 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은 아무래도 자신은 경매로 집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남을 짓밟으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 역시 비슷한 마음이라 그러라고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예전처럼 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예적금만 하고 있으려니 혼자 뒤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불안한 노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돈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평생 고민해야할 숙제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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