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정재승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by 꽃피랑

지난주 우연히 미술관에 갔다가 정재승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예전에는 심리학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려 했지만 이제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으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심리학과 뇌과학이 만나면서 인간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풀려가는 듯하다.


그는 뇌과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사례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원래 포유류는 뇌의 신호를 척수를 통해 손이나 발로 보내서 움직이기 때문에 척수가 마비되면 손이나 발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뇌에 센서를 넣고 움직이는 생각을 하면 실제로 뇌가 신호를 보내 마비된 사지의 전극을 자극하면서 손이나 다리가 움직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뇌를 유난히 많이 쓴다. 전체 에너지의 25%는 뇌, 22%는 근육, 간이 21%를 사용한다. 요즘 자주 들리는 '도파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의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갈망의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마시는 차갑고 시원한 바닷물 같아서 마실 때는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더 많은 물을 원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도파민 자극원이다. 현대인의 평균 하루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깨어있는 시간의 30%를 차지한다. 특히 틱톡, 쇼츠, 릴스처럼 짧은 동영상이 계속 나오는 서비스를 볼 때마다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에 끊기 어렵다. 이런 콘텐츠를 많이 볼수록 가상세계는 재미있어지는 반면, 현실은 지루하고 우울하게 느껴지고 결국 무기력과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신체놀이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를 보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어떤 부모들은 유튜브나 TV를 통해서도 학습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는 뇌를 촬영해 보면 시각피질과 도파민 영역만 활성화되었다. 반면, 책이나 문자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와 연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뇌 전체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차이 때문에 교수님은 영상시청보다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뇌의 두 가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멍하니 있을 때, 심심할 때,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디폴트모드네트워크(DMN)가 작동하면서 자아성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다. 그러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떨어지면 작업수행모드(Task Positive network)로 전환되면서 과제해결에 집중하게 된다. 이 두 시스템은 시소처럼 번갈아 작동하며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조금만 틈이 나도 스마트폰을 집어 들기 때문에 DMN이 작동할 틈이 없다.


두 가지 시스템이 다르게 작동하는 2가지 경우가 있는데 바로 예술작품 감상과 명상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두 가지 모드가 같이 활성화된다. 외부에 있는 작품을 느끼면서 나에 대해 성찰하거나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 명상할 때는 2가지 모드가 모두 꺼지면서 진정으로 뇌가 쉴 수 있다.


교수님은 뇌가 끊임없이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어떤 보상과 성장이 따라오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질문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할 수 있을 때 삶에는 활력이 생기고 그게 바로 삶을 즐겁게 사는 비밀이라고.


아이가 이 질문에 답을 찾다가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 그때부터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어른들도 자아성찰을 통해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건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답으로 억지로 자신을 속이려 해 봤자 이미 뇌가 거짓말로 판명해서 거부한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명상을 통해 뇌를 쉬게 해 주고 일부러 DMN을 작동시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강연을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 역시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누군가 정해준 답을 따라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움직여야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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