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상담
지난 토요일, 엄마와 함께 상담실에 앉았다.
지금껏 각자 상담을 받았는데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려니 전날부터 마음이 복잡했다.
상담사가 나에게 물었다.
"따님이 상담받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시 망설이던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와 심리적 거리를 두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듣고 엄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엄마와 상담을 받을 거라고 남편과 동생에게 말했을 때, 걱정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냥 말없이 거리를 두는 게 낫지 않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니야?"
나도 자연스럽게 엄마와 멀어지고 싶었지만
연락이 뜸해지거나 조짐이 보일 때마다 엄마는 섭섭함을 표현했다.
"이제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런 말에 마음이 약해지면 다시 마음을 바꿔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통제하거나 선을 넘는 말들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화가 났다.
내가 엄마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받았다고 말해도
"딸한테 마음 편히 그런 말도 못하냐!"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나 역시 "왜 다른 사람에게도 안하는 말을 딸에게 하는 거죠?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하죠?"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독 부모님에게만 화가 치밀거나 죄책감이 몰려왔고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이 관계의 틀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전의 나는 '언젠가 엄마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하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과 함께 엄마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런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설령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해도 솔직히 믿어지지를 않을 것 같다.
시어머님과 지내듯이
친정엄마와도 명절과 어버이날, 생신에 찾아뵙고 가끔 안부전화를 드리는 정도로 지내고 싶다.
엄마에게는 그게 너무 냉정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엄마 때문에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나를 키워준 엄마에게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따를 수도 없고 상처주는 말을 참고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중년에 접어들면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가까웠기에 서로에게 더 많은 상처를 입혔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지키기 위해, 이제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