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도 사람일 뿐이다.
내가 다니던 대형교회에는 '땡전뉴스'가 있었다.
'땡전뉴스'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저녁 9시 뉴스를 알리는 시보가 땡 울리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교회에는 중고등부 예배실이 별도로 있었지만 가끔 엄마와 함께 금요철야나 송구영신예배에 참석할 때면 어른들 틈에 섞여 본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기도와 성가대 찬양이 끝나면 어김없이 조명이 꺼지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 담임목사님께서 어디에서 어떤 말씀을 전하셨는지, 안수기도를 받은 병자들이 낫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들이 일어났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화면 속 목사님은 예수님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복음을 전하고 병자를 치유하며 놀라운 일을 행하는 분.
웅장한 엔딩곡과 함께 영상이 끝나면 교인들은 모두 "할렐루야"를 외치며 박수를 쳤고 담임목사님이 단상으로 걸어나왔다.
그러니 이유 모를 병을 앓는 사람들이 담임목사님의 안수기도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매주 교회에 갔지만 나는 그분을 항상 스크린으로만 봤을 뿐, 지나가면서라도 직접 마주친 적이 없었다.
1988년, 교회에서는 '종합일간지'를 창간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운영이 순조롭지는 않았나 보다.
어느날 목사님은 설교 중에 말씀하셨다. 하나님께 "신문사를 어떻게 경영하면 좋을까요?" 기도를 드렸더니 "교인들을 대상으로 평생회원을 모집하라"는 응답을 받았다고.
사람들은 "아멘"으로 화답했고, 당장 그날부터 1인당 100만원을 내면 평생 신문을 받아볼 수 있는 '평생회원' 모집이 시작되었다. 평생회원 가입자들에게는 담임목사에게 안수기도를 받을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엄마도 평생회원이 되었고 나에게 기도를 받으러 교회에 다녀오라고 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교회에 갔다. 언뜻 봐도 수백 명은 넘을 듯한 사람들이 목사님의 안수기도를 받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흡사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할 때 그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상품들처럼 1인당 5초 남짓 목사님의 안수를 받았다.
잠시 손을 올렸다가 다음 사람에게 손을 올리고 그게 수백번 반복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로마 카톨릭의 면벌부가 생각났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걸까?
면벌부를 사면 벌이 줄어드는 것에 반발하여 종교개혁이 일어났는데
이제는 교회가 운영하는 신문의 평생회원이 되면 안수기도와 복을 받을 수 있다고?
100만원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평생 교회를 다녀도 목사님을 만날 수조차 없는 건가?
나는 결국 기도를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에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교회에 너무 실망했다.
이 교회에는 문제가 있다.
안수기도를 미끼로 영리를 추구하는 교회라면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엄마나 교회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돌아오는 것은
"주의 종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거나 "평신도 주제에 너무 교만하다"는 경고였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더 문제가 되고 모두가 피하는 분위기랄까.
그때부터는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사님이 아무리 위대해보여도 사람이기에 잘못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있어야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데 지금은 교회 스스로 그렇게 되기 힘든 지경이 되어버린 듯 해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