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이름으로 널 통제한다.

그것을 죄라 할 수 있을까?

by 꽃피랑

요즘도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순결서약식을 할까?


학창 시절 내내 부모님과 갈등이 심했던 나는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로 진학하여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다.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신생학교였지만 입학점수도 괜찮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집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만난 학교 선배들도 모두 착해보였다.


보통 대학생활하면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못했던 술도 마시고 연애도 해보는, 그런 자유를 상상한다.

하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수님들은 물론, 학생들도 대부분 개신교인이어서 그랬는지 학교 내에 술과 담배를 파는 곳이 아예 없었다.


담배를 싫어해서 피운 적은 없지만 처음부터 '선택지'조차 없다는 사실이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학교 내 흡연구역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

"어머! 저 오빠 안 그래 보였는데 흡연자였구나."

"아니! 여학생인데 담배를 피우잖아?"

다들 그렇게 뒤에서 수군거렸다.


OT나 MT에 가서도 술을 마셔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학이라면 사회 혹은 대학 내 문제에 대해 성토하는 대자보가 붙기 마련이지만

우리 학교는 4.19나 5.18이 되어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다가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억지로 술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입학한 지 1달쯤 지났을 때였다.

만우절 장난으로 누군가 불교동아리 모집 공고를 붙였다.

그런 장난도 문제였지만 더 놀라웠던 건 공고를 붙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불교를 믿을 자유가 없는 건가?


'나와 똑같은 기독교인이 아니면 안돼.'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는 다 우상숭배이고 문제가 있어.'

그런 내부 인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학교에서는 매 학기 순결서약식이 열렸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는 것'이라는 찬양을 부르고 '순결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하나님과 미래의 배우자를 위해 몸과 영혼의 순결을 지킬 것'을 서약하고 그 증표인 반지를 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 서약을 지키지 못한 친구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돌이켜보면 순결서약식은 '결혼 전, 연인과 성관계를 맺다보면 타락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과도한 개입이었다.


개인의 성적결정권은 본인에게 있다.

순결을 지키든 아니든,

자기가 원해서 상호 합의하에 안전하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한다면 문제가 될 뿐이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다.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술과 담배가 꼭 죄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수님은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셨고 심지어 마지막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로 식사하셨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든 교회에서는 성찬식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 혹은 순결이 곧 신의 뜻'이라 믿고 죄가 아닌 것까지 죄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술과 담배보다 더 무서운 건, 누군가의 신앙적 혹은 성적 자유를 신앙의 이름으로 처음부터 통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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