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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를 위한 변명

지방의회의 필요성

by 꽃피랑

요즘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자주 보인다.

나 같은 정책지원관에게 갑질을 하고 해외연수나 국외연수를 가면서 예산을 부풀리거나 관광 위주로만 다녀와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사에는 어김없이 지방의회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린다.

내부자인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지금의 지방의회에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애버린다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다.

주민들은 자신을 대표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할 사람들을 뽑는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예산을 수립하고 사업을 실행하는 수장인 반면,

의원들은 그러한 정책들의 제도적 기반이 되는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거나 의결한다.

의원들은 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지만 깎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행정사무조사 등을 통해 시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모든 권력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부패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집행부의 권한이 의회에 비해 훨씬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기초단체라도 1년에 수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며 공무원만 수백 명,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단체장을 위해 일한다.

반면, 의회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장 작은 곳은 의원 7명, 직원 역시 30명이 안 된다.


지금도 일부 단체장들은 자신의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들을 산하기관의 요직에 앉히거나

공약이나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사업에 상당히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

의회가 없다면 단체장은 예산과 인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회와 단체장이 동일한 당으로 구성되어 견제가 안 되는 지역은 실제로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나마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가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형식상으로라도 적법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누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자주 찾아오는 일부 관변단체장 외에는 그들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정당만 보고 4년에 1번 선거한 다음, 지역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어떻게 지방의회가 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대가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남긴 말이다.

정치가 싫고 실망스럽더라도 내가 사는 지역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누구인지, 무슨 뉴스들이 나오고 있는지 한번쯤 확인해 보는 작은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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