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엄마와 함께 상담을 받기로 했었다.
상담사가 무슨 문제 때문에 왔냐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1주일 전부터 시나리오를 짜봤다.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상담을 받고 싶은 건데
어떻게 말해도 엄마가 기분 나빠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냐?
저렇게 은혜도 모르는 것을 내가 키웠다. 내 잘못이다.'며 통곡할지도 몰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낸 회사 동료를 만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녀는 아이가 어릴 때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힘들게 키웠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툭하면 전화해서 요즘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감정쓰레기통처럼 여겼다고 한다. 결국 그녀 역시 폭발해서
'엄마! 지금 엄마보다 내가 훨씬 힘들어. 앞으로 나한테 이런 이야기하려고 전화하지 마.'라고 말하며 끊었다.
이후 몇달 간, 엄마는 화가 나서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집안 행사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친 이후, 가끔씩 연락하지만 거리를 두니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그 이야기를 해주며 그녀는 나에게 충고했다.
"엄마랑 잘 지내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내가 물었다.
"근데 돌아가시면 후회하지 않을까요?"
"부모자식 간에도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안 맞는데 억지로 같이 있는 것보다는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상대방이 선을 안 지키면 나라도 선을 긋고 나를 보호해야죠. 샘이 결혼해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사는 것만 해도 효도예요. 굳이 뭘 하려고 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엄마와 잘 지내야 한다고.
그래도 대학도 보내고 이만큼 키워줬으니 뭔가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에게 꼭 무언가를 받아야 행복하다기보다 그냥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아이의 존재 자체가 기쁨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부모님에게 받은 적이 없다.
고민 끝에 내일 상담은 엄마 없이 나만 받기로 했다.
상처가 깊은데 굳이 같이 이야기를 들으며 더 마음 상하기보다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해 왔으니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내버려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