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워킹맘의 하루
#1. 24시간 껌딱지.
코로나로 인해 24시간 아이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말을 다시 말하면 엄마의 시간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루종일 엄마가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이들이 모니터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때는 아침에 아이들 등교하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에 쇼파에 누워 유튜브도 보고, 침대에 누워 딩굴딩굴하는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아이들 눈치가 좀 보인다.
#2. 워킹맘의 일상.
멕시코에 살면서 한국어교사로, 스페인어 온라인 교육업체 운영 및 마켓 등을 운영 중이다. 감사하게도 지금의 나는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디지털프리워커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몸은 집에 묶여 있고 삼시세끼를 차려야 하는 일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빈틈이 자꾸만 생기고, 느려지고, 게을러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한다. 매일 자기 전 다짐 해 보고, 일어나 바삐 움직이지만, 왜 매일 눈 앞에 닥친 일들만 처리 한 느낌이 드는걸까 ㅠㅠ. 책읽기, 운동, 개인 공부등 꼭 해야 할 일들은 나의 플래너 맨 위에 적혀 있지만, 나의 하루 일과 중에는 저 맨 끝에 있어 하루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저녁에는 이것들을 들처 볼 힘 조차 남아 있지 않다.
#3.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가끔 TV속 육아프로그램을 볼때면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이에요? 라는 질문. 나는 거꾸로 나에게 우리 엄마는 어떤 엄마였을지 어렸을때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부지런했고, 평생 시급을 받으며 일했고, 누구보다 깔끔쟁이였던 엄마다. 매사 최선을 다해 산 우리엄마. 나의 엄마는 나에게 그런 모습이었다.
항상 궁금했다. 나는 우리 딸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매일, 매사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언제나 부족한 주부의 모습이다. 우리 딸들에게 요리도 살림도 잘 못하는 엄마로 기억되진 않을지...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들에게 너무 무관심한 엄마는 아닐지,,, 내심 걱정을 하면서도 이쪽 저쪽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한 엄마의 모습은 아닐지 내심 걱정이었다.
#. 우리 엄마는 한국어 수업 중...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끝내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타닥타닥 부지런히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엄마에게 둘째가 엄마~ 하면서 방에 들어오며 한장의 그림을 나에게 내밀었다. 수업시간에 그린 엄마란다. 수업 시간에 그린 엄마의 모습. 그림 속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눈을 반짝반짝이며, 헤드셋을 쓰고 마우스를 바삐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이다. 헤드셋을 쓴 엄마의 모습, 엄마 앞에 높인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에, 모니터 위의 캠 카메라까지. 디테일하게 잘도 그렸다.
둘째에게 물었다. 엄마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야?라고 했더니. 그렇단다. 엄마는 하루 종일 수업 중이란다. 주 7일 금요일 하루를 빼고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에게 엄마가 수업을 너무 많이 해서 섭섭하냐고 했더니, 몸을 배배 꼬면서 엄마가 나랑 놀아줬으면 좋겠지만, 엄마가 한국어 선생님이라 좋다는 둘째. (감동 감동;;) 그랬구나. 섭섭했구나. 미안했다. 앞으로는 일도 하면서 자기랑 놀아주면 좋겠다는 둘째의 말을 참고해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만들어 봐야겠다. 또 다시 다짐해 본다. 나의 맨 위의 우선순위가 저 뒤로 뒤쳐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또 신경써야겠다.
일은 언제나 있지만 애들과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데, 우선순위가... 자꾸 밀리니;;; 반성. 반성. 딸들에게 열심히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열심인 엄마의 모습도 같이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엄마가 어떻게 이것도 저것도 더 잘 할 수 있냐고 불평해 보고도 싶지만, 우리 엄마도 그랬다. 평생 시급을 받아가며 야근수당을 위해 하루 종일 일 하면서도 집안일, 요리, 빨래, 청소 등등등. 모든 걸 다 해냈다. 엄마라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마흔을 앞둔 지금에서야 새삼스레 그 노고가 느껴진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관리. 그리고 나의 마음 가짐이다.
비관은 감정이지만, 낙관은 의지다.
내심, 아이들의 눈에 엄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주니, 마음 한편이 가벼워졌다. 고마워, 둘째! 오늘의 일을 후회하기 보다는 내일의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기 위해 매일 매일 노력하며 즐겁게 의미있게 귀하게 살아내야겠다!
엄마는 수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