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업하는 엄마의 2022년 시작은 어떤 모습일까?

#. 2주간의 긴 휴가로 2021년을 마무리했다.  


우리 회사는 연말에 2주간의 긴 휴가를 간다. 연말이면 모두 문을 닫고 휴양지로, 고향으로 떠나는 해외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초등학생 둘을 둔 엄마 사장님의 바람? 일 수도 있겠다. 연말에 긴 휴가를 가지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파란 바다가 보이는 바닷가에 노트북을 켜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내년을 준비한다는 훌륭하고 성공한 리더들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2021년 멕시코에서 보내는 10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10년이라니, 한 번도 10년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살다 보니 10년이 되었다. 2021년은 정말 바쁜 한 해이기도 했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차 타고 멀리멀리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는 자연은 정말 멋이 있었고, 파란 바다는 아니지만, 너무나 신비한 모습의 멕시코 온천에서 1박 2일은 기대했던 것보다 이상의 재충전이 되었다. 

오랜만에 이 시골을 벗어나, 높은 건물 가득한 시티에서 한국 음식도 먹고, 스타벅스 커피도 수시로 마시며 도시 생활을 만끽한 나는 다시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멕시코 시골로 돌아와 혼자만의 조용한 한 해를 맞았다. 지난번 칸쿤 여행도 그랬고, 여행은 여행일 뿐. 애 둘 딸린 엄마에게 휴양지에서의 우아한 노트북 사용은 무리라는 결론! 나만의 공간에서 나에게 허락된 시간에 혼자 조용히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것이 진짜 라는걸 아줌마는 올해도 뒤늦게 깨닫는다.

* 새해를 맞아 조금 더 넓은 사무실로 옮겼다. 넓어진 사무실이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크니까 또 큰 만큼 좋다. 이곳에서 2022년 많은 일들을 하고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 새해 첫 출근 그러나 하품 소리만 가득,,, 


언제나 연말과 새해는 설렌다. 한 해 동안 내가 어떤 일들을 했을지에 대한 기대감, 또 다가올 새해에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설렘이랄까?  1년을 마무리하면서 충분히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로 나 스스로에 뿌듯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휴가 동안 플래너 가득히 2022년 새해의 계획들을 빼곡히 적었다. 그리고 새해 시작을 기다렸다. 조촐한 12월 31일이 지나고, 1월 1일이 되고, 2022년 새해 첫 출근 날인 2022년 1월 3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분주한 아침을 맞았다. 올해는 기필코 아이들에게 맛있는 도시락을 싸주리라 라는 엄마의 다짐답게 아침부터 요리 아닌 요리를 했고, 평소보다는 조금 더 갖춰 입은 모습으로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또 2주 만이지만 2주 휴가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팀원들과 멋진 연초 회의도 기대하며 씩씩하게 출근을 했는데,,,  2간의 긴 휴가를 다녀온 팀원들의 얼굴은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엄청 반갑게 인사할 줄 알았으나, 우리의 새해 인사는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곧 이어진 업무 보고들도 새해 같지 않은 지극이 주간 회의의 모습 ;;;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서는 피곤을 이기지 못한 팀원들의 하품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랬다. 언제나 대표와 직원과의 생각의 차이는 크다. 내가 팀원들에게 바라는 건 정말 무리한 바람이었을지도, 긴 휴가와 장거리 휴가로 지질 때로 지쳐 있는 팀원들을 보면서 다그칠 수 없었다. 그냥 묵묵히 지켜보고 천천히 텐션을 올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 줄 뿐. 


#.  엄청 새롭거나, 엄청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그렇게 새해 첫 주가 지났다. 언제나 그렇듯, 엄청 새롭거나, 엄청 다르지 않은 일상이었다. 나는 매일 일어나 엄마의 모습으로 아침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싼다. 그리고 사장님으로 변신해서 출근을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처리한다.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하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를 하고, 또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담에 응하고,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업 해서 하루하루 해야 할 업무들을 처내면서 하루를 보낸다. 


책상에 앉아 묵묵히 일하는 우리를 보고 지인이 말했다. BBB가 잘되는 이유는 매일 같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들을 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업하는 엄마의 새해의 시작은 별다름 없는 일상의 최선으로 시작을 했다. 올해 특별히 일하는 엄마로서 가족에게 서운함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못하는 요리도, 살림에도 진심을 담아 보려고 한다.  어차피 내가 일하는 이유? 도 엄마가 행복하기 위해서니까. 


엄마도 행복하고 가족 모두가 행복한 길이 될 수 있기를, 평범한 오늘도 열심을 다해 살아내 본다. 

새해 시작 첫 주. 아직은 잠잠하지만, 곧 다가올 폭풍 바쁨을 잘 이겨내기 위해 에너지를 쌓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에서 N잡러가 된 두 딸 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