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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May 12. 2023

딸기 탕후루를 사러 가서

"엄마 탕후루 먹어보고 싶어."

"에구, 과일 그냥 먹어도 맛있는걸 설탕물 범벅한걸 뭐 하러 먹냐. 몸에도 안 좋은데."

"저번에 유정이가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단 말이야."

친구가 먹는 걸 또 쳐다보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참 딱하기도 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굳이 안 먹어도 될 큰 맘을 먹고 사다 주기로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탕후루 가게가 없어 차를 타고 몇 분 걸려 가는 곳을 찾아냈다.

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배민앱을 켜봤더니 있긴 있다. 최소 12000원 주문에 배달팁 3000원.

15000원어치를 사느냐, 발품 팔아 6000원만 쓸 것이냐. 당연히 후자다.


'판다 탕후루'라는 이름도 귀여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열대에 탕후루가 몇 개 드문드문 있다.

조금씩 만들어서 파는가 보다.

수줍어하시며 친절 아저씨가 종이컵에 탕후루 2개를 콕콕 꽂아주신다.


아이가 먹고 싶다는  차까지 끌고 가서 사 오다니, 런 엄마가 안되고 싶은데 하기 싫으면서도 하는 건 엄마라도 어쩔 수 없는 내 성격 탓이다.


하교한 아이들에게 탕후루를 대접한다.

열심히 가서 주차하기 힘들었는데 겨우 주차하고 다시 열심히 왔다고 생색을 냈다.

엄청 맛있다며 엄지 척을 올린다.




유행은 따라야 직성이 풀린다. 아이들은 더욱 그런가 보다. 생각해 보면 나는 가난하게 자라서인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걸 실컷 누려보지 못했다. 내 또래 대부분 그럴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유행을 꼭 따라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한참 멋 부리고 또래에 민감한 나이에도 유행을 따라본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유행을 거슬렀던 것 같다. 깻잎머리, 똥 싼 바지가 유행일 땐 그러고 다니는 애들을 유치하게 바라봤다.

그러고 보면 유행을 따르는 나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성향이 있나 보다.

유행이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지니, 반골기질 다분한 내가 싫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성화를 따라야 하는 나는 참 싫다.



판다탕후루 사장님의 수줍은 친절함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는 단호함이 필요하다던데, 자꾸 끌려다니는 나는 아이를 잘못키우는 것 같다. 진심으로 친절한 게 아니라서 더 그렇다. 속으로 구시렁대면서 원하는 걸 무시하지 못하고 해주다보면, 찝찝함이 입안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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