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하려는데,
편의점 옆에는 무인 문구점과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무인 상점이 생기면서 학교에서는 안내장이 날아왔다. 무인 가게에는 부모님과 함께 가라는 내용, 절도는 큰 범죄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돈이 없는데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포기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충동적으로 그걸 집어갈 수 있다.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럴 경우에 아이는 범죄자가 되는 걸까? 환경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세상이다. 키오스크로 셀프 결제를 하고, 마트에서도 셀프 결제 코너가 점점 커진다.
어른이 옆에 없을 뿐이지 CCTV가 지켜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이 시대 아이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간다면 알 수 없을 만큼 사장님은 차근차근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계셨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 아이의 성장을 돕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저씨한테도 죄송하지만 엄마아빠한테 죄송해야 해."
바로 옆에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말까지 듣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곳을 지나쳤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어렸을 때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에도 분명 바늘 도둑들이 존재했으며 그때는 CCTV 가 없었으니까 지금보다 더 극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성인이 된 우리들 중에 어린 시절 남의 물건에 손 한 번 안 댄 사람이 있었을까. 있다면 정말 대단하다. 나도 어릴 때 사촌 언니 집에서 종이비누를 몰래 가져온 적이 있었다. 그날 밤에 얼마나 심장이 쿵쾅대고 무서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 종이비누는 한 장도 쓰지 않고 다음번에 언니 집에 몰래 가져다 두었다. CCTV나 경찰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 가는 삶의 모습이라는 것은 어떤 경험으로든 필요하다.
무인 문방구에 붙어 있는 글을 본다.
"00월 00일 00시 아이브 포토카드 가져간 사람 알고 있습니다. 자수하세요."
그래도 무인 상점의 사장님과 편의점 총각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셨다.
소도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건 아이의 본성에 맡길 일이 아니라 어른들이 환경을 잘 세팅해야 할 일일 것이다. 각박하고 살벌하게도 느껴지지만 가끔은 이렇게 아직도 믿어주는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날 편의점 앞에서 울던 소녀는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 일 뿐이다. 화내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젊은 편의점 사장님이 괜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