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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May 07. 2023

김밥 꼬다리 같으니라고

김밥을 즐겨 싼다. 아이들이 잘 먹으니 재료가 점점 추가되어 요즘은 아들이 '엄마! 김밥 팔아."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힘들이지 않게'이다. 오이도 당근도 쌩으로 넣는다. 볶는 것 따위는 없다. 맛살은 반으로 가르고 단무지는 시판 그대로 넣는다. 요리랄 건 계란 부치기와 밥에 양념하기뿐이다. 러나 이 준비하지 않아도 김밥을 아이들에게 대령하기까지 1시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김밥이 아주 편한 음식은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먹으니 자주 하게 된다.


남편과 알아가던 시절, 김밥이든 과일이든 예쁘게 플레이트 된 음식을 먹을 때 가장자리 먼저 먹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가운데에 있는 제일 예쁜 걸 먼저 골라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예쁜걸 나에게 양보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예쁘지 않고 미운 것은 내 차지가 되었다.

엄마라는 자리는 주로 그렇다.


어렸을 때 치킨을 시키면 무조건 한 마리였다. 가정형편상 두 마리를 시키는 건 생각지도 못해 본 일이었고, 오빠와 내가 양껏 먹던 치킨은 엄마와 아빠가 양보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내가 가정을 꾸리고서야 알게 되었다.

닭다리를 좋아하는 남편과 날개를 좋아하는 나, 아이를 낳기 전에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게 치킨을 즐겼는데, 아이가 생기니 닭봉이든 닭다리든 맛있는걸 먼저 아이들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나에게는 예쁜 걸 양보하지 않던 남편도 아이들에게는 예쁘고 맛있는 걸 먼저 건넨다.

그게 아빠의 모습이다.


무뚝뚝해서 직접 "예쁜 거 우리 딸이 먹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다 먹었어."라는 말로 자리를 피하던 우리 아빠의 마음도 바로 그랬을 거다.




김밥을 쌀 때면 꼬다리만 한 접시에 담는다. 김밥꼬다리만 이렇게 모아두면 꽃처럼 예쁘다. 플레이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먹음직스럽다. 예쁜걸 아이들에게 주려고 꼬다리를 뺐지만 그게 또 나름 예쁘고 맛있는 한 접시가 된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걸 주고 싶지만 나도 맛있고 예쁜 걸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꽃 같은 꼬다리를 먹으며 엄마라는 역할을 생각한다. 엄마가 된 꽃 같은 우리도 예쁜 것만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꽃 같은 할머니가 되어서 예쁜 접시에 나를 위한 플레이팅을 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꽃은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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