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춤을 잘 췄다. 그리고 눈웃음이 상냥했다.
그 애는 키가 작았다. 그래도 누구보다 커 보였다.
특히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를 특유의 흐느적거림을 살려 춰댔다.
다른 남자애들과 같이 추는 건 없다. 그 애는 늘 혼자 췄다.
수학여행에서도 춤을 췄고, 학교 축제 때도 춤을 췄다.
심지어 수능이 끝나고 몇십 개의 지역 고등학교가 다 모인 체육관에서도 혼자 무대 위해서 춤을 췄다.
열일곱, 춤을 잘 추는 남자아이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춤을 잘 춰서 그런가, 그 애는 걸을 때 몸을 흔들면서 걸었다.
일명 건들건들. 멀리서도 그 애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멀리서 그 애를 알아봤던 게 걸음걸이가 특이해서만은 아니었지 싶다. "너만 보여."의 말 뜻을 이해했던 열일곱이었다.
건들건들 걷는 그 애가 건달 같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부도 열심히 했고, 날라리인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애는 주로 혼자 다녔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지도 않았고, 춤출 일이 있을 때면 의례 그 아이가 우리 학교 대표로 조용히 나서 춤을 추곤 했다.
당시 우리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다. 오전 8시 학교가 보이면 그 애가 탄 버스도 같이 도착하는지 항상 확인을 했다. 그 애가 탄 버스 번호판이 0505였던 것도 아직 기억이 난다. 늘 가슴이 떨렸으니까.
3학년 때는 그 애와 옆반이 되었다. 국영수 이동수업을 했고, 국어시간에 같은 반이 되었다. 게다가 옆자리. 열심히 공부하는 척을 어찌나 해댔던지. 이동하기 전에 클린 앤 클리어 로션을 어찌나 열심히 발랐던지.
어느 날 그 애가 내 친구의 친구와 사귄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녀는 참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그녀가 부러워서 밤새 울었다.
나의 첫사랑은 짝사랑이었다. 그 애도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번 편지를 주고받았을 뿐,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 편지마저도 내가 쓴 것에 대한 답장이었을 뿐이었다.
수능이 끝난 이 계절이 오면 학생체육관에서 홀로 무대 위 춤을 추던 그 애가 떠오른다.
그런 그녀 날 떠났고
나는 혼자 남겨졌고
그녈 잊어 보겠다고 애썼지만
그녀는 너무 예뻤다
그래서 더 슬펐다
하늘에 별은 빛났다
나는 울었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