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두 번째 결혼식

오만과 편견

by 새벽책장

가을이 무르익는 나른한 오후, 오랫동안 잠잠하던 단톡방의 카톡이 울렸다.

고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다.


-얘들아 잘 지내지? 나 결혼해. 마지막 주 일요일이야.


친구는 결혼 소식을 전했다.

가슴 깊이 축하했고 감격으로 울컥했다.


그녀는 두 번째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결혼하는 남자는 같은 직장에서 만난 3살 연상, 초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5살짜리 딸이 하나 있다.


축하하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뒤 느껴지는 걱정은 나의 오지랖이었겠지. 그런 오지랖은 친구에게 내색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남편이라는 사람은 식사자리에서 한 번 본 게 다였다. 그리고 이혼 사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친구와 나는 그만큼 속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같은 모임에 있는 여러 명 중에 한 명이었지만 단둘이 만날만큼은 아닌, 딱 동창 정도의 거리.

친구의 딸에게 무엇인가를 해 준 적도 없는, 안부만 전하는 사이이면서, 내가 나서서 무슨 말을 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


걱정하는 것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또다시 나쁜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지난주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보통 우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냥 축하만 할 뿐이다.

두 번째 결혼식이라고, 아이가 있다고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했고 가정을 꾸리기로 선언하는 날일 뿐이다.


남편의 가족들과 친지분들은 행복한 표정이었고 노총각이었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하시다는 신랑 아버지의 축사를 들으니 내가 뭐라고, 마음이 놓였다.


최근들어 이혼하거나 재혼하는 지인들의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재혼하는 친구의 결혼식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타인의 행복에 불안함을 가진담.

세상에 나쁜 기삿거리들이 넘쳐나지만 대부분은 무탈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고, 온전해 보이던 가정에도 저마다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진리는 말 그대로 진리이다.


친구의 두 번째 발걸음이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평온하고 안온한 가정에서 모든 아이들이 하는 고민과 걱정을 평범하게 키워가며 아이 또한 잘 자라게 될 것이다.

평범이라는 틀 안에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았는지 새삼 반성하며 그녀의 결혼식에서 주책맞게 눈물을 한바가지 쏟던 우리들은 또 모두 그렇게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모두의 삶에 굴곡이 있듯이, 또 모두의 삶에 평화로움도 찾아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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