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 Light
게다가 교차로를 통과하기 직전에 갑자기 주황불이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난감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나, 속도를 더 올려야 하나.
교차로에 일단 진입하면 속도를 내서 통과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은 진입하기 직전에 켜지는 주황불이다.
초보시절에는 주황불이 들어왔을 때 무조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한 번은 브레이크를 밟고 룸미러를 봤는데 뒤차 운전자가 할아버지셨다. 옆좌석에 할머니가 앉으셨는데, 급하게 정지하셨는지, 두 분 다 놀라보이셨다. 내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사고가 날 뻔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분께 무척 죄송했다.
주황불은 이미 우리에게 예고를 해주는 신호이다. 그런데 나는 "주황불이 곧 들어옵니다. 딸랑딸랑 예고합니다." 하는 주황불 예고 신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들어오는 주황불에(그럼 갑자기 들어오지 어떻게 들어오냐.) 자주 놀란다.
이십 대에 사귄 남자친구는 가끔 연락이 안 되곤 했다. 내 생일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새해 첫날에도 같이 한 날이 없었다. 그냥 연락이 안 됐다.
이별을 알리는 주황 불이었겠지만 그때는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했고 머릿속은 뜨거웠다.
그는 회기역 근처에 살았다.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가서 무작정 집 앞에 서서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근처 피시방으로 향했다.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뒤지기로 했다.
억지로 쏘아 올린 위성을 태초부터 반짝이는 별이라고 착각했다.
모든 것은 착각이라는 생각이 나를 오히려 자유롭게 했다. 이제라도 알았잖아. 별이 아니라는 거.
그린라이트가 켜지면 우리는 질주를 하지.
그리고 반드시 오렌지라이트가 켜지는 데 그때 모르고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난단다.
레드라이트에는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해. 창밖 풍경도 한 번 돌아보고, 하늘도 올려다 보고.
그러다 보면 그린라이트는 또 켜지게 마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