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Lim Mar 16. 2017

가볍게 읽는, 언어 만나는 글

학술적 내용을 토대로 한것처럼 보이는 그냥 잡글입니다.



  이 세상 참 말이 많다. 말 그대로,언어가 너무 많다. 조금 적으면 세상도 조용하고, 서로의대화도 더 수월했을 텐데. 세상에 있는 이 많은 언어들을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온 세상에 있는 언어가 한 언어였던 적이 있을까? 답은 아직까지는!아쉽게도 ‘아니오’이다. 


  물론 신화나 전설의 범주를 참조하자면, 메소포타미아에 탑을 하나 지으려하던 시절에 “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다.” 라는솔깃한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한 언어를 사용했으나, 하늘에닿을 정도로 높이 지으려 했던 그 탑, 바로 바벨(Babel)탑을지으려 하자 하느님의 분노를 사 각자 다른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전설을 따르자면, 온 세상 사람들이 한 언어를 사용했나 싶을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온 세상 언어가그랬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아시아, 중동, 인도 아대륙, 유럽을 아우르는 지역(머릿속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터키 중심으로 옆으로 누운 물방을 살짝 크게 그려보자. 딱 그 지역범주이다)의 언어들 중 대부분은 정말 놀랍게도 하나의조상 언어에서 비롯되었다. 

 이 조상언어를 Proto-Indo-EuropeanLanguages(인구어) 라고 부른다. 이글은 인구어를 기반으로 여러 예시와 함께 언어의 다양성에 대해 살펴보고, 외국어 화자로서 언어를 접근하는방법, 즉 타지에 가서 외국어를 한 마디 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인구어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를 포함하여, 흔히 알고 있는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덴마크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켈트 어(아일랜드어, 스코틀랜드어 등)가 포함된다. 의외로관계없어 보이는 러시아어, 체코어, 인도어, 이란어 역시 인구어족에 속한다. 조금 더 상세히 들어가 보면 인구어는HELLENIC 계열 (그리스어 등), INDO-IRANIAN 계열 (힌두어, 이란어, 페르시아어 등),GERMANIC 계열 (독일어, 영어 등), BALTO-SLAVIC (폴란드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러시아어 등)으로나뉘어진다. 


  한 뿌리에 해당되던 인구어가 이처럼 많은 언어로 나누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가설은 인구 변동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너무나 슬프게도 혹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해 인구 수의 변동이 생기고 인구가 여러 지역으로이동하면서 쓰는 언어 역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게 되었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로마 제국의 성립, 앵글로 색슨족의 이동, 바이킹의 움직임, 셰익스피어의 탄생, 미국의 독립 등의 사건 등을 거쳐 오면서 인구어는 다양한 언어로 분화되었다. 종교 역시 그 중 하나인데, 종교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해당 집단의 사회문화현상에 영향을 주면서 그 집단의 언어가 분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아시아와 유럽, 러시아와 인도까지 뻗어나간 인구어의 뿌리를 어떻게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으로, 몇몇 단어들의 발음및 단어 형태의 유사성을 살펴봄으로써 서로 다른 언어가 같은 뿌리에서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들어, 현대 독일어로 ‘물’은Wasser이고, 프랑스어로는 eau이며, 2,000년 전 라틴어로는 aqua였다. 언뜻 달라보이지만 발음면에서 충분히 공통된 요소를 찾을수 있다.(발음하기가 어렵다면 구글을 불러보자!)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조상언어가 존재했을 법한, 그리고 언어가 막 분화되기 시작했을 법한 시기에 존재했던 문화현상 또는 자연현상 등을 조사하면 좀 더 타당한예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사와 관련된 ‘쟁기’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 고대 노르드어(노르웨이), 중세 영어(영국), 라틴어(로마), 아르메니아어(아르메니아)등에서 매우 유사한 단어를 사용한다. 즉, 이들은 농경 시대에 한 가지 언어를 쓰던 사람들의 후손임을알 수 있다. 더불어 인도-유럽어에는 ‘사자’나 ‘낙타’를 뜻하는 단어가 없었고, 북극과 관련된 단어도 없었다. 이를 통해 인도-유럽어 사용자들이 열대나 북극과 관계없는 지역에살았음을 알 수가 있다. 더 기초적인 ‘남자’, ‘여자’, ‘식사’, ‘아버지’, ‘어머니’ 등의 예도 비슷한 맥락으로 조사되었으리라 추측할 수있겠다.


  좀 더 공통된 예를 들고자 영어 기반으로 예시를 가지고 오면, 영국의윈체스터(-chester)는 라틴어로 병영을 가리키는 castra에서유래했고, 미국 상원을 의미하는 Senate는 로마의 통치자문 기관인 Senatus(원로원)에서 온 것이고, altar(제단)의 경우는 라틴어로 ‘높’다라는 뜻의 altus에서유래한 것이다. Coffee의 경우 아랍어 qahwah가터키어를 거쳐서 변형된 것이다(당시 커피의 유입경로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표준을 나타내는 criterion의 –on 경우는 그리스어에서 온것으로, 우리가 흔히 영어의 접두사/접미사에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들(-is, -um, -us, -eau 등)을 Latin 기반이라 이야기하는데,명확히 하면 이는 Latin, Greek, French, Italian 등 매우 다양하다. 

  조금 더 현대로 넘어와서 좀 더 다양한 언어들을 예로 들면, 초콜렛을나타내는 chocolate(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czekolade(폴란드어)-xocolata(카탈루냐어)-çikolata(터키어)-σοκόλατα(그리스어)가 있고, 문제를나타내는 Problem(영어, 폴란드어, 독일어)-Problema(스페인어,포르투갈어, 카탈루냐어)-πρόβλημα(그리스어) 등이 있다. 이두 단어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 채 비슷한 형태 혹은 발음을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다. 짧은 기간동안변한 것 중 꽤나 다양하게 변한 것을 꼽자면, 고대 영어에서 건강 관련된 단어로 ‘hāl’(정확하게 한글로 치환하기 어렵다)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 단어는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현대 영어에 들어서면서 whole, holy,holiday, hallow, Halloween, hale, heal, health 등으로 굉장히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인구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언어는 그 뿌리가 깊고, 갈래가 매우 다양하여 종잡기 어렵다. 더 말하기에 앞서 혹 새로이언어를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까지 알아본 것 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큰 위로 또는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영어 하나만 하더라도,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으며, 인구의 이동 및 전쟁 등을 통해 여러 언어들과 섞이고 여러 언어로 분화되어 왔다. 즉,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역사와 문화가 한 언어에 녹아 있으므로, 한 번에 통찰력 있게 배우는 게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인구어 외에,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언어들을 살펴보자(같이 살펴보고 같은 맥락에서 ‘-어’로끝날 뿐이지, 인구어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등은 같은 급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큰 카테고리의 차이라고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중국어와 한국어와 일본어를 가져올 수 있겠는데, 안타깝게도 이 세 언어들은 인구어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며, 더불어이 세 언어 간에서도 인구어처럼 설명이 가능한 접점등을 찾기가 힘들다. 이 세 언어는 일단 각각 언어의생김새부터 완전히 다르고, 그 발음/음운 현상에서도 그 유사성을찾기 힘들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아는데 있어서 그나마 어려움을덜 겪는 이유는 근본적인 의미를 ‘한자’를 통해서 공유하기때문이다. 좀 개략적으로 보자면, 언어 그 이전에, 비슷한 문화와 사회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인구어족에비해서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전쟁, 자연재해 및 인구이동을 덜 겪었기에 각 언어간의 접점이 적었다. 예외적으로 중국어의 경우에는 인구어와 비슷한 맥락으로 워낙 많은 왕조가 있었고, 변방 지방은 잘 통제가 안되던 측면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굉장히많은 중국어 방언이 생겨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다양한 방언형태의 중국어들을, 지금까지처럼 방언으로 볼 것인지, 새로운 언어로 볼 것인지도 다양하게논의되고 있다. 또한, 한국어도 현재진행형으로 연구가 되고있는 분야라 함부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다.

  

  지금까지 어느정도 간략한 예시들을 통하여서 언어들을 묶어보고 이야기해보았는데, 상식선에서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들을 직접 제2언어로써 혹은 외국어로써 접근해야 할 사람들에게는더 공부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다. 한 언어가 가진 그 뿌리란 너무나 깊고 광범위해서(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인류의 그 긴 역사에서 아직까지도 A부터Z까지 전부다 명확하게 규명되고 파헤쳐진 언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타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긍정적, 부정적 의미 둘 다에서 정말 굉장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타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글자와 말소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해당언어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문화를, 사회를, 역사를 몸으로느끼는 것이고 맞부딪히는 것이다. 타지에서 언어습득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당장 책을 펼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가장좋은 접근법은 해당 지역을 사랑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을 사랑하고, 해당지역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해당 지역에 살아 숨쉬는 문화를,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것이다. 터키에 가서 커피에 빠져보라. 터키어를 통달할 것이다. 러시아에 가서 음악에 빠져보라. 러시아어를 통달할 것이다. 혹, 문화에빠지기 힘들거나 관심조차 갖기 힘들다면 그보다 더 괜찮은 접근법이 있다. 필자가 서너번 써봤는데 가장행복한 접근법 중 하나인듯 하다. 이는 언어학적으로 증명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가장 언어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가장 비언어학적인 접근이지 않을까 싶다.모든 세상에서, 오래전부터 한국이든 그쪽 나라든 동일하게 존재했을 법한 것들을 키워드 삼아타지의 사람들에게 접근해보자. 예를 들면, 가장 오래된 단어들인, 인사, 밥, 친구, 웃음, 꽃 등이다. 내일타언어를 쓰는 곳에서 아침을 맞이한다면, 처음 마주칠 현지민에게 건넬 인사를 따뜻하게 준비해보자. 식사를 권해보자. 웃어보이며, 꽃을선물하기도 해보자. 그는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당신은 그 지역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당신은 그 언어를, ‘외국어’였다는 생각조차 잊은 채, 쓰게 될 것이다.










l  참고도서

Philip Gooden, The Story of English: Howthe English language conquered the world (2011).

David Crystal, The Cambridge Encyclopediaof The English Language (2003).





* 본 글은 모 회사 사보에 기재될뻔(?)했던 글입니다. 그래서 말투가 딱딱합니다. 저 원래안그런뎅뀨
** 본 글은 영어교육+언어학 학술적 토대를 가지고 작성...되려 했으나 너무 어렵고 재미없을수 있다는 이유로 꽤나 많이 각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재미로 읽어주세요. 위키피디아말고 나무위키 정도..?
*** 왜냐면 본 글의 원래 타겟은 '30~50대에 늦은 나이에 갑자기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 + 중국어권, 영어권, 일본어권이 타겟'이었어서 학술적 내용보다는 그들을 응원하는게 더 목적이었거든요 :) 더불어 언어학도로서 기본적인 언어의 역사만 알고, 세부전공까지는 아니어서 역량의 한계가 좀 있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천사 보고 마음 뀨뀨꺄꺄 해지시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