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아홉. 진로고민을 하다.
사실 요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다. 학계로 나가기에는 내가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생각, 말, 글 이 세 가지가 너무 부족하다. 분명 공부하는게 재미있고 정말재미있는데, 논리적이게 과학적이게, 증명가능하게 반복가능하게말하고 글쓰고 생각하는게 벅차다.
그렇다고 영어 티칭으로 쭉 나가기에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한 5년정도는 어디 박혀서 공부 확실히하고 이론을 확실히 갖춘 후에 스스로 시스템을 맞춘 후에 등장해서 가르치고싶다. 늘 학생들 가르칠때마다 내가 느끼는 나의 한계에 늘 스스로 실망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시스템이 잘못된걸 알고 있는데, 당장 내가 먹고 살고자 이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어느정도 '타협'하면서 티칭을 지속하고 있다는게 살짝 자괴감 들게 한다. 나는 타협하는 사람이 아닌데.
사실요즘 관심사는 디자인, 개발, 사진, 영상, 패션 등이다. 사실요즘 핫한 이야기들이기에 너무 당연해보이긴 하지만… 여러 책을 많이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방금 말한저런 것들을 따지게 되고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우선 이제 카페든 음식이든 ‘예뻐야한다’. 예쁘다는게 꼭 그 예쁜게 아니라, 디자인이 깔쌈하거나 깔끔하거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고 그걸 충족시키고있거나, 나에게 무언가를 느끼게해준다거나 그런… 그런게 있어야만 그 곳을 가고, 그 곳을 애용한다. 주로 스타벅스를 그래서 많이 애용한다. 파스쿠찌도 비슷한 맥락이고. 스노우 폭스를 좋아하는 것도, 그 외 다른 여러 카페나 식당이나 장소를 애용하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나의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만족스러운 가치 있는 곳이라고 해야할까?
이제자리에 앉아도 내 핸드폰과 지갑이랑 커피도 정렬을 하고, 노트북과 책도 정렬시킨다. 책 색상이 맞지 않으면 가방에 넣어두거나 펼쳐놓는다. 보기에 예뻐야한다. 가끔 내가 지닌 물품들이 색상이나 모양면에서 어떤 통일성을 이루면서 '아, 예쁘다' 싶은 날에는 냅다 사진 찍어서 구글 지도에 올려버린다. 나름 그 장소와 맞는 배치였다고 생각하고 올려버리곤 하는건데, 그게 은근히 조회수를 많이 찍는다. (주섬주섬 구글 지도에 올리던 내 사진들이, 다 합쳐서 조회수 45만을 넘었다 헤헤)
그리고, 길 걷다가 무언가가 있으면 아 이거 이렇게 찍으면예쁘겠다. 아 여기를 이렇게 영상촬영하고 음악을 뭘 넣고, 빠르게돌리면서 카메라 시점을 이렇게 이렇게하면 예쁘겠다. 아, 여기상품 DP 너무 예쁘게 해놓았다. 아, 여기는 나무와 벽돌의 색깔이 너무 잘 어울린다. 아 이 건물은 어떤의도로 지었고, 뭐를 표출해내고 싶어하는구나. 와 저 사람옷 진짜 예쁘게 입었다. 저렇게 박시하게 입고 뿔테안경인데 신발을 저런 깔쌈한 구두를 신으니 너무 예쁘네. 와 저 사람 머리색 너무예쁘다. 애쉬컬러 색상에 저런 치마와 블라우스를매칭하니까 저렇게 예쁘네. 와 이 어플은 정말 깔끔하고 단순한데, 정말필요로하는 바를 완벽히 충족시켜준다. 와 이 사이트는 들어갈때부터 브랜드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구나. 엄청난 PT다.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컨설팅쪽도 관심이 많다. 원래부터 피드백 주고받는거 좋아하고, ‘개선’ ‘더 나은 상황이 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컨설팅 사례들도 보면 너무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리고 꽃도너무 좋다. 꽃 예쁘게… 이걸 뭐라하지? 음식은 플레이팅이라고 그러는데 꽃을 예쁘게 배치하는걸 뭐라고하는지 모르겠다.가드닝은 아니겠고… 여튼그것도 너무 좋다. 색과 향기와 의미의 향연이 꽃의 배치다. 그리고 요즘 함께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너무 재미있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큰 무언가를 하고있지는 못하지만, 늘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요즘 하는 스터디도 너무좋다. 관심있는 영어기사를 읽고 그걸 이야기하는게, 너무나재미있다. 흐하ㅏㅏㅏㅏㅏ 책 읽는 것도 너무좋다. 책 읽는모임 다시 만들고 싶다. 흐아ㅏㅏㅏㅏㅏ 최신의 IT나 기기들도 너무 관심많다. 많은 아이템들을 구매하기도하고....
전부다 보면, 하나로 묶어 이야기하자면, 현존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관련직군을 찾와봤는데 나랑1도 연관성이 없다. 물론 최장순씨처럼 언어학 전공하신분이마케팅/브랜딩 쪽으로 나간 케이스도 있지만…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매우 재미있음. 다 읽으려면 30페이지남았따!)
으아 모르겠다. 아무래도 어디든 회사를 들어가서 경력을 쌓거나실무를 경험해봐야할 것 같 같은… 나의 이 쥐뿔 같은 인사이트 가지고는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다. 이제 ‘나이’라는 방패뒤에도 숨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29면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아직 나 자신에게 흔들리고 있다. 으으 페이스북만 봐도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들과 너무나 매력적인 팀들이 많다. 다 경험해보고 싶은데 다 경험해볼수 없다(자의든 타의든) 으으으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이 모든 관심사를 아울러서 한 케이스로 압축시켜서 내 자아도 실현하고,나도 재미있고, 세상에도 도움되고, 같이하는팀원들에게도 도움되고, 나의 고용주에게도 득이되는, 그 무언가가무엇일까?
내가 잘하는건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이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걸까.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증명시켜보일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건 무엇일까.
내가잘하는건….. 기본적으로 왠만한 모든걸 기본은 한다가 나의 장점이다. 굉장히 넓은 범위로 많은 것을 기본적인 것은 무조건 커버할 수 있다. 더 잘하는 부분도 몇개 있기도하고. 단순한 복사업무부터 왠만한 영어논문 번역까지 다 가능하다. 형광등 가는 것부터, 전반적인 가구 구매와 설치도 가능하다. 커피파는 것부터, 학생 100여명이 넘는 학원을 운영 할 수도 있다. 서너명 있는 모임도 운영가능하고, 수백 명 앞에서 사회를 보거나 PT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 다 적고보니 그냥 대체 가능한 인재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대체 가능한 인재는, 대체불가능한 인재일수도 있는데…(네 아니고요) 음 역시 만능공구(모든것에 능하다)가 아닌 만가공구(모든것에가능하긴하다)는 무쓸모인걸까.
여튼 덧붙여서 정리하면
모든것을기본은 한다. + 성격 좋다 + 얼굴에 철판 깔 수 있다. + 관심사는 위와 같다. + 근데 사실 전공은 영교/국교/언어학이다. + 친화력갑이다. + 주변을 잘 살핀다. + 술잘마신다. + 디자인 / HR / 브랜딩에 관심이 많다. + 나름 핫한 인물이나 기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정말 나름이다... 공부하고 학원에서 일하는거 치고는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할까.
그러니까, 뭐가 나를 잘 팔리게 만들 수 있을까. 아, 없다. 회사나 사람은 저렇게 잡다한 것을 잡다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게 아닐꺼다. 분명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의 어떤 점의, 어떤 매력이 우리에게, 우리 회사에게 어떤 득을 가져다 줄거라는. 그리고 그 매력이라는게 정말 '대체 불가능한 포인트'겠지.
나에게 있는,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식적인 측면으로 나를 어필할수는 없는 것 같다. 내가 갖춘 지식적인 측면이라 해봐야 영어교육, 국어교육, 언어학뿐인데 이게 당장 어떤 회사나 사람에게 매력어필 가능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나름 자부심도 있고 잘 하긴하지만... 이게 당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은 아니겠지.
그럼 실무적인 측면은 어떨까. 나름 대외활동러에다가 학원을 운영해봐서, 왠만한 '사업체가 굴러가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그냥 병아리 수준이라 매력어필 가능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경험이 많은것도, 요즘은 다들 그러하니 매력어필 가능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매력어필할만한건 '나 자신'밖에 없는 것 같다.
성격이 좋고, 잘 웃으며, 친화력이 매우 좋고, 술도 잘 마신다. 분위기를 잘 파악할 줄 알고 분위기를 띄우는 법을 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진지하고, 인사이트가 필요할 때는 나름 반짝하고 인사이트를 빛내기도 한다. 나름 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시야로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쓸데없는 이야기보다는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본질적인 이야기를 잘 잡아내고 그걸 하는걸 매우 즐긴다. 사람들 사이에 트러블을 해소시켜주는 것을 잘 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을 잘 한다. 학문으로 배운걸 쉬운 말로 변환시켜서 실제 세상과 사람들에게 적용시키고 말하고 알리는 것을 좋아한다. 필요할 때는 리더가 될 줄알고, 그래야할 때 경청할 줄 안다. 요구가 있기전에 행동할 줄 안다. 앞에 있는 인원 수 상관없이 중요한 것에 집중할 줄 안다.
그렇다 항상 본질에 함몰되지 않으며 본질을 추구할 줄 안다. 약 10년간 내 모토였던게, 이제는 어느정도 나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문장 같다.
무엇보다 나는 어떤 상황에 대해 행동하다/말하다. 라기 보다는,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줄 알고, 말할줄 안다. 라는 사람이다.
마치 언어학이 '언어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언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하여 논하는 학문' 인 것처럼.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걸까.
나는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걸 좋아한다. 해당 사람이 원하는걸 나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낼 줄 안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걸 행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치 않는 듯 하면 내가 파악하고 알아냈더라도 그걸 이야기하거나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학문과 실제를 연결시키는걸 좋아한다. 나는 쉬운이야기를 쉽게,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하는걸 매우 좋아한다. 학문이든 실무든 결국 모두 '사람을 위한 것'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알고, 모두가 접하고, 모두가 행할 수 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멋진 팀과 일하기를 원한다. 정말 숨막힐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숨막힐정도로 엄청나고 본질적이고 엄청나게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이갸이를 하면 정말 너무나도 행복한 인생일 것 같다.
나는 바쁠 땐 바쁘고, 여유로울 땐 여유로운게 좋다. 할 땐 하는게 좋다. 그리고 쉴 땐 쉬어야 한다. 물론 쉰다고 다 놓는 것도 아니다. 일정궤도 이상에 오르면 쉴 때도, 내가 해야할게 보이니까. 어차피 그 때는 일이 일이 아니고 '자아 실현의 수단' 중 하나일 것이기에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나는 특정 시간 제약 없이 하는걸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나인투식스 근무보다는, 흔히말하는 '삘 왔을때 하는 근무'가 참 좋고, 효율도 좋고, 퍼포먼스도 매우 좋다. 오전이든 오후든 밤이든 새벽이든 시간 상관없이 언제나 일을 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 별이 반짝하는 순간에 나오는 퍼포먼스가 나는 제일 좋다.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 그 행위를 하는 나 자신도 마음에 든다)
나는 표현하는걸 좋아한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속에만 있는 것은 실제에 힘을 (아직)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일에서도, 세상 속에서 힘/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말과 글로 이야기하려 한다. 물론 그 과정은 충분히 정련되고 절제되어야겠지.
그리고 나는 모든걸 통합하는, 아우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좋다. 아무 연결성 통일성 관계성 없는 하나는 싫다. 하나로 열이 설명 가능해야하고, 열이 하나가 되어야한다. 그래서 브랜딩이 좋고, 그래서 인재들을 한데 묶는 HR이 좋고, 세상을 하나로 설명해주고, 하나로 세상을 설명해주는 디자인이 좋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증명시켜보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말한 세 카테고리는 아무래도 증명이 불가능하다. 이거는 그 사람이 담고 있는거니까,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증명하나? 못한다. 근데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할까
나 자신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포트폴리오일수도 있겠고,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포트폴리오일수도 있겠고,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일수도 있겠다.
나는 나만의 포트폴리으롤 어떤 형태로, 어떤 내용으로 구현해낼 수 있을까.
기본적인 '자료'들은 웹이나 어떤 PT의 형태로 구현해낼 수 있겠다. 뭐 내가 어딜 나왔다든지, 나의 경력은 이렇다든지, 뭘 할 줄 알고, 어디에 관심이 있다든지 등을....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나 자신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어떤 때든 내가 행하는 것. 말하는 것. 쓰는 것. 생각하는 것.이 모두 나를 '나'로써 표현해내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해 표현할때 손실없이, 100% 온전히 내가 나를 담아내는 것.
마치 아이유의 음악처럼. 서태지의 음악처럼. 콜드플레이의 무대처럼. 알랭 드 보통의 글처럼. 엠마 왓슨의 행보처럼. 오바마의 말처럼.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월터미티처럼.
기본적인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통해, 나를 담는 내용을 준비해두고, 나 자신은 나 스스로에게 담는다. 이게 증명하는 길이다. 오래걸리겠지만, 이것 빼고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나 자신을 증명시키는거다.
물론 증명시킬 기회는 적어지겠지. 그런데 그건 내가 해내야할 일이다. 잘 된 포트폴리오가 그 사람을 잘 보여주는 거지만. 그렇지만 잘 된 포트폴리오는, 분명 필요한거지만 그 포트폴리오가 나 자신은 아니다. 내가 나를 잘 담고 있어야한다.
나 스스로의 생각을, 행동을, 언제나 정련하고 잘 깎고 잘 다듬는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나의 매력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 모든게 나의 일상에. 그리고
나의 모든 일상에는 나의 인사이트가 담겨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