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라고 했으면 좀 보내세요 개객기들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단 내가 낼게'를 해왔다.
중고등학교 시절이야 쓰는 금액도 그렇고 하는 행위들도 그렇고 다 '혼자 쓰고, 혼자 내는' 금액이 많았던지라 '내가 낼게'를 할 일이 없었는데 (친구들끼리 피시방을 가거나, 분식을 사먹거나 다 각자계산하는게 당연했으니까) 스무 살 이후부터, 지금의 서른 살까지, 10년간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일단 내가 낼게'를 해왔다.
뭐 이유야 다양하다.
계산하는데 괜히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그렇고, 해당 매장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시간이 촉박할때도 그렇고, 뭔가 해당 테이블에서 가장 연장자이거나 가장 상급자일때도 뭔가 좀 그런게 있기도 하고... 여튼 이유야 다양하게, '일단 제가 계산할게요'가 된다.
* 덧. 가끔 보면 각자계산 혹은 분할계산하는게 당연히 매장에서 해줘야하는거라고 보는 분들이 있는데... 글쎄... 나는 그거 별로다. 테이블에서 일어나기전에, 각자 계산을 미리 끝내놓고, 카운터 앞에서는 일괄계산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다. 테이블에서 일어나기 전에, 각자 한 명에게 현금을 몰아주거나, 아니면 각자 계좌이체를 바로바로 해두거나, 아니면 얼마얼마 주면 돼. 라는 협상을 미리 끝내놓고 일괄계산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매장입장에서는 손님 세 명, 네 명이 왔다기보다는, '한 테이블의 고객'이 온거거든. 그러니까 '한 테이블'로서 '한 번의 계산'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음식의 가격이 실질적인 '원재료값'을 훨씬 상회하는, 그러니까 뭔가 특별한 서비스나 공간 혹은 경험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고객들이 '한 테이블 고객' 보다는 '철수 고객님. 안젤라 고객님. 스티븐 고객님' 이렇게 세 명의 고객이 각자로 왔다고 인식할 확률이 높으니까, 그런데서는 분할계산도 무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오히려 이런데서는 각자계산이 거의 안 이루어지고 한 명 계산이 있지. 그런 공간의 특성도 그렇고, 그런 공간에서 밥 먹는 이유도 그럴테고, 뭐 그런.... 그런 공간에 가는 '이유'가 '일괄계산 vs 분할계산'의 디스커션 자체가 필요없거나 그걸 상회하는 이유일테니까 ㅋㅋ 아, 이런 곳은 호텔 or 고급 레스토랑을 말하는거다.
여튼 위에 말하던 내용 이어 말하자면, 일단 제가 계산할게요. 라는건 사회적으로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여러명의 시간이 절야되고 에너지가 절약된다. 단 한사람 빼고.
그렇다. '내가 일단 계산할게'를 언급한 발제자? 행위자? 선구자? 개척자? ㅋㅋㅋㅋ 만 약간의 '손해'를 보게된다.
그리고 난 이게 너무 싫다. 나는 이 '손해'를 너무 많이 보면서 살아왔거든.
이 '손해'란 무엇인가?
예를 하나 들어보자. X,A,B,C 네 명이 밥을 먹었다. 각자 7500원짜리를 먹어서, 3만원을 X가 일괄결제를 했다. 그렇다. '일단 제가 계산할게요'를 시전한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A,B,C들이 돈을 현금이든 계좌이체든 토스든 카카오머니든으로 해서 줬다면 그 어떤 손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따가 보낼게' or '집에가서 보낼게' or '지난번꺼까지 한번에 보낼게(이건 진짜 무슨 개소리인걸까)'를 A,B,C들이 시전하는 순간 '손해'가 발생한다.
어떤 손해인가.
바로 X가 A,B,C라는 사람들에게서 7500원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는 에너지를 쓴다는 손해가 발생한다!
이게 뭐야. 존나 아무것도 아니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마도 살면서 X의 입장보다는, A,B,C의 입장에 엄청매우자주빈번하게존나게 섰을거라고 감히 강하게 추측해본다.
여튼 이 '손해'가, X입장에서 얼마나 개같은 손해냐면,
내가 모두의 편의를 위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먼저 낼게'를 시전했는데, 선의로 시전을 했는데 그 뒷감당을 내가 해야한다. 내가 누구누구의 밥값을 얼마를 내줬지. 이 사람들이 나에게 돈을 보내야지.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어야한다. 이걸 자주 할 경우 진짜 차라리 장부를 만들어서 운영하는게 낫겠다싶을정도다. 매달 10일, 20일, 30일 정산합니다~ 이런 정도로 ㅋㅋㅋㅋ
일단 이렇게 '기억해야한다!' 라는 손해정도만 발생한채 사람들이 다 돈을 제때에 보내주면 매우 괜찮다.
아니 사실 이 정도선에서 돈을 다 받고 살았다면 내가 이걸 '손해'라고 발상조차하지 않고 살았을것이다.
이 돈들을, A,B,C들이 까먹거나 고의로 안 보내는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일단 고의로 안 보내는 사람들은 내가 보지 못했으므로 ( 혹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패스. (그렇지만 있다고는 들었다.)
분명 내가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돈을 달라고 내가 말해야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기억하려고 나만 끙끙 애를 써야한다!)
이게 차라리 처음부터 '돈'을 빌려준 행위였으면, 님 그 때 빌린돈 갚아줘용 하면되지만, 이건 그냥 밥값이라서, 매번 달라고하기가 뭐하다.
아니 좋은 일을 내가 했는데, 기억하는 일도 그렇고, 돈 달라고 하는 일도 그렇고 '손해'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아, 물론 사이좋게 그냥 내가 저번에 밥값 냈으니 이번엔 너가 냉. 서로 보내주기 귀찮잖앙 ㅇㅅㅇ 할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같은 가격의 음식을 매번 먹지는 않는다. 가격차가 발생한다.
아 물론 이건 소소한 금액이다. 해봤자 천원에서 삼천원 사이에서 발생하겠지 가격차는.
인간적으로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됨. 할 수 있다.
나도 그래왔고.
근데 그거 아나? 주로 이런 상황이다.
1) 어떤 그룹내에서 X,A,B,C들이 존재하는데 (X는 주로 '내가 일단 낼게'를 시전하는사람. A,B,C는 '내가 보내줄게'를 시전하는 사람들) 주로 X의 역할은 한 명이 고정적으로 계속한다.
2) 꼭 A,B,C 중에 '저번에 X가 냈으니 이번에 내가 낼게'를 시전을 자주하는데, 꼭 '더 적은 가격의 음식'을 먹을때마다 시전하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몰랐을때는 몰랐는데 곰곰히 생각해보고 충격먹었던적이 있다)
3) 꼭 A,B,C 중에 돈 보내는걸 자주 까먹는 사람이 있다. 고의로 그러는거라면 화라도 낼 수 있지, 꼭 착한 사람들이 그럴 경우 X는 진짜 난감하다. 말하기가 '뭐'하다.
여튼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고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X는 '손해'가 쌓인다.
그리고 그 X가 나다.
그리고 나는 그걸 10년 정도 해왔다.
실질적으로 내가 손해본 금액은 최소 삼백만원이다. 사실 한 오백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딘가로 모르게 사라진 내 돈들.... 맥프로15인치 최고사양급이 하나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울음이...
물론 친구들 밥사줬다고 생각하면 되지 ㅇㅅㅇ 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나는 원래 친구들 밥을 자주 사는 사람이라서 (같이 밥먹는 행위는 정말로 아름다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원래 잘 사줌 + 본의아니게 또 사줌이 되어버린 상태다. (그리고 감히 예상컨데, 대부분의 X역할을 하는 이들은 원래부터 '원래 잘 사줌'을 하는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사람 성정이 그러하거든.)
아 저 삼백만원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왜냐면 대학시절때 내 주변에는 A,B,C에 해당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서 ㅋㅋ (물론 이들이 고의로 그런건 아닌걸 안다. 근데 자주 까먹는다 애들이.ㅠㅠ) 대학 시절(5학년까지했다)에만 밥값과 술값과 피시방값으로 최소 이백만원은 나갔고(연말에 정산을 늘 하는데, 돈이 하도 비어서 계산을 해본적이 있다), 그 이후 사회생활하면서 백은 나갔다.
여튼 X입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참 개같다.
정리하자면.
1. X는 '내가 냈고, A,B,C가 7500원씩 줘야행.. 을 '기억해야한다'라는 손해가 발생한다.
2. 돈을 빠르게 못 받을 경우 이거에 대해 신경써야하고 돈 달라고해야하는 '에너지를 쓰는' 손해가 발생한다.
3. 그리고 보통 이 X역할 하는이는 늘 X역할을 해서, 이게 몇년 쌓이고 수많은 다른 A,B,C를 만나다보면... 정말 큰 금액의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할까?
A,B,C들이 이런일을 하면 된다.
1) X가 결제하는동안 재빠르게 은행앱을 켜서 돈을 X에게 송금한다. 한 자리에서 X가 계좌번호를 부르면 A,B,C는 그걸 받아적어서 빠르게 보낸다.
2) 자신이 A,B,C의 역할을 자주하는것같다 싶으면, 주변의 X역할 하는 친구들의 계좌번호를 '자주 쓰는 계좌'로 무조건 등록해놓는다.
3) 토스를 쓴다.
4) 카카오머니를 삼만원 정도 충전해놓고 산다. 이러면 카톡으로 보내기 매우 쉽다.
(참고로 카카오머니=/= 카카오뱅크)
5) X역할을 한 번이라도 해본다.
이러면 세상의 모든 X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것이다.
제발 좀 부탁한다.
'일단 제가 계산할게요'라는 행위를 하는 이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