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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Hood, 힙합 뮤지션 G-FU 인터뷰

청소년 자녀가 힙합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이라면 읽어보세요! 


하단의 Q&A는 《From the Hood》프로젝트 텍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진행했던 힙합 뮤지션 G-FU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글입니다. 



질문자: 안녕하세요, G-FU님,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독립 큐레이터 하정경(이하 질문자)입니다. 저도 양천문화재단 2024년 지역예술활성화 지원사업 예사로움의 일원으로 시각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Kick-Off 미팅 때 G-FU님(이하 뮤지션)이 계획하신 《From the Hood》프로젝트에 대해 접하게 된 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느껴졌어요. 저는 양천구 목동에서 초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지금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치열한 입시과정을 거쳤고 때로는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 드리게 되었습니다.


뮤지션: 네, 우선 저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질문자님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때는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타지역에서 양천구 목동으로 이주해온 저의 시선에는 한창 에너지가 넘쳐서 이런저런 도전을 시도할 나이의 아이들이 너무 얌전하고 차분해서 신기해 보였어요. 제가 파리공원에서 종종 농구를 하는데 길에서 영어단어를 외우면서 지나가는 중고생을 보고 처음에는 많이 놀랬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모습에 저도 익숙해졌습니다. 


질문자: 이 프로젝트를 양천구에서 진행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궁금합니다.


뮤지션: 네, 아마 힙합이 가진 고유의 특성 같아요. 힙합은 탄생된 지역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어요. 이를 ‘hood’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삶의 터전이자 애증의 공간이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흑인들이 주거하는 곳이 여유롭지 안잖아요. 위험과 가난이 도사리고 있고 너무 떠나고 싶었지만 그곳에서 성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 그 곳을 사랑하게 되는 애증의 공간이지요. 


질문자: 아, 제가 양천구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군요. 한 때 입시지옥이 너무 싫었지만 그래도 내가 성장한 이 곳이 나의 고향이고, 어딘가로 떠나게 되면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이 곳. 


뮤지션: 네 맞아요, 바로 그런 감정이지요. 제가 보기엔 이 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도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학교, 학원 그리고 또 학원, 이런 사이클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답하고 지겹다고 느낄 것 같아요. 그러나 또 여기처럼 살기 좋은 곳도 없잖아요. 그래서 《From the Hood》프로젝트를 이 곳, 양천구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질문자: 제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질문이 하나 있어요. 자녀들이 힙합을 하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손쉽게 승낙을 하시나요


뮤지션: 아니죠…. 대부분의 경우 아주 큰 일이 난 것처럼 반대하십니다. 저는 그게 단순히 아이를 잘 이해하시 못하는 부모님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욕설이 난무하는 힙합의 가사와 강렬한 비트 때문에 그러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힙합이 탄생하게 된 이면을 들여다보면 힙합은 지극히 비폭력적인 문화현상이에요. 이전에 미국에서 흑인 갱스터단들이 유행처럼 활동을 할 때 무고한 사상자들이 많이 발생했거든요. 당시 흑인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던 아프리카 밤바타가 갱스터단의 싸움을 멈추고 음악으로 배틀을 하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힙합에는 욕설이 난무하지만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이진 않아요. 어떻게 보면 음악적으로 승화한 것이죠. 


질문자: 네, 그렇군요. 어떻게 보면 마틴 루터 킹이 주창한 비폭력 저항운동과 맥락이 연결되어 있네요


뮤지션: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인물이 마틴 루터 킹이기도 합니다. 


질문자: 힙합에 관심이 많은 양천구내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을 것 같아요.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다른 방면으로는 스트레스를 분출하고 싶어 할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도 좋겠네요. 


뮤지션: 그렇죠, 제가 진행하는 세번의 랩 작사 수업과 공연으로 아이들이 단숨에 힙합 뮤지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보면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치유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자: 세 번의 작사 수업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세 번의 세션으로 유의미한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뮤지션: 네, 그럼요. 제가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막상 힙합 분야가 속한 실용음악으로 자녀의 진로를 탐색하시는 학부모님들께서 속성 수업과정을 요청하시기도 해요. 세, 네 번 정도의 작사 수업을 해보면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힙합의 세계를 어렴풋이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측면 에서요. 


질문자: 저는 이번에는 좀 더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왜 힙합이라는 분야를 시작하시게 되었어요? 음악에는 힙합 외에도 EDM, 재즈, 클래식 등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뮤지션: 아무래도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었겠죠?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힙합에 엄청나게 빠져들었거든요. 힙합 음악을 듣고 있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말할까요? 물론 저희 부모님도 제가 힙합을 하시는 것을 진심으로 반대하셨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을 해도 된다는 승낙을 받기 위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자 부모님께서 인정해 주셨어요. “그래,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질문자: 힙합을 하기 위해 성적으로 인정을 받은 정말 인상깊은 이야기이네요. 혹시 본 프로젝트에 예상하는 기대 효과가 있을까요? 


뮤지션: 아이들 마음 속에는 나름의 노래가 존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청소년들은 겉모습으로는 다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정말 순수한 면들이 있거든요. 분명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이들이 작사한 랩은 부족할 거에요. 그렇지만 가사 속에 담긴 진정성은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직장인들도 직장인 밴드를 하면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기도 하잖아요. 아이들도 힙합을 체험하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와, 내가 직접 쓴 랩이 이렇게도 만들어지는구나! 나 좀 멋있는데?!”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 표현의 자유이잖아요. 청소년기는 이러한 욕망이 요동칠 시기인데, 사교육과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욕망이 억눌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 점이 개인적으로 안타깝기도 해요. 


질문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뮤지션: 스스로 ‘주체적으로 선택’하면서 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제 음악의 여정은 선택과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제 안에 남아있는 두려움을 소멸시켜가는 과정이었거든요. 아쉽게도 요즘 청소년에게는 선택지가 주어지고 대체로 그 선택지를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저도 물론 공연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죠. 그렇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를 인정하고 주최 측에 사과를 합니다. 사과하는 마음의 기본 바탕은 미안함이지만 이는 제 내면의 당당함에서 비롯됩니다. 주체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당당할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 그러니까 주체적인 선택을 했기에 최선을 다했고 비록 결과가 좋지 않을지라도 당당히 사과를 할 용기가 있으시다는 거죠? 요즘엔 사람들이 사과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면피’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잖아요. 아무래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닌 상부의 결정에 따르다 보면 내가 주체적으로 사과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어른들의 삶의 방식인데 아이들도 이를 고대로 따라가는 것 같네요. 


뮤지션: 네,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죠. 그렇지만 저는 청소년들의 미래가 그래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수많은 가능성이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가능성을 발현시킬 수 있거든요. 제가 진행하는 《From the Hood》프로젝트도 부모님들께서 너그러운 마음과 관심으로 지켜 봐주셨으면 해요. 참여하게 되는 자녀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자: 네, 정말 그랬으면 너무 좋겠어요. 저도 고3때 수능을 준비하면서 ‘내게 이 길 말고 진정 다른 길은 없을까?’를 수없이 고민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아쉽게도 저는 당시에 다른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다른 길을 찾았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로 진학했지만 미술사학으로 방향을 틀어서 큐레이터가 되었으니까요. 저도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부모님도 저를 응원해 주셨어요. 예술분야는 부모님께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힙합은 더욱더 그럴 것 같고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힙합에 꿈을 가진 양천구의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이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뮤지션: 네, 저도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예술을 향한 열정과 기질은 쉽사리 막을 수 없잖아요. 예술은 그 자체로 멋있어요.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해주니까요. 저처럼 직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좋은 취미로 자리잡을 수 있으니까요. 힙합에 꿈을 가진 양천구 청소년들을 만나 아이들이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가사로 쓰고 싶어요. 분명 의미 있고 즐거운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From the Hood》프로젝트를 후원해주시는 양천문화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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