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아파트 재건축에 관한 전시
요즘 온라인상에서 목동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49층까지 건설이 가능하다, 목동아파트 6단지는 재건축 확정이다' 등 다양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시각예술가 이유미 작가는 목동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지난 3년간 영상을 통한 아카이브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와 사적인 장소에 대한 기억들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거주해 온 주민들의 연속적인 기억에 대한 내용입니다. 30년째 목동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저는 이유미 작가의 프로젝트에 많은 공감을 하였고 감사하게도 전시 서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이곳에서 거주하며 장년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 목동아파트 재건축이라는 화두는 쉽게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사회적 현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곳에서의 기억은 매일매일 연장선 속에서 쌓여가고 있으며 돌아가신 조부모님, 부모님, 지금은 독일에 이민 간 남동생과 함께 여섯 명이 살아왔던 장소이기에 이곳이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띄게 되었을 때 과연 나는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걱정이 섞인 의문점도 있습니다. 이제는 노년에 접어드신 부모님과 이곳에서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미지수입니다. 이유미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 전시 서문을 작성하면서 목동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나름대로 저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이곳은 고층건물보다는 해바라기가 더 많은 동네였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동네 할머니 보듯이 바라봅니다. 저는 지금도 해바라기를 보면 어린 시절 집 앞에 있었던 해바라기 밭을 가로지르며 반려견을 데리고 잠자리를 잡으러 다녔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이렇듯 한 장소에 계속 살게 되면 기억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잘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하단의 <즐거운 나의 집> 전시 서문도 이와 같은 기억을 가진 주민들의 이야기입니다. '즐거운' 그리고 '나의 집'이 합쳐진 공간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천문화재단 지역 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예사로움'
오목한 미술관 2024.10.18-10.27
인생의 대부분을 한 지역에서 거주하게 되면 그곳은 자연스럽게 ‘고향’이라는 장소로 인식됩니다. 이유미 작가에게 양천구는 유년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기까지 삼십 년 이상 거주해 온 장소로 ‘즐거운 나의 집’이면서 동시에 ‘고향’입니다.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사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는 영상입니다. 이유미 작가는 영상에 등장하는 풍경과 정물에 포커스를 맞추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고요한 공간 그 자체에 집중하게끔 유도합니다. 잠시 멈추어 명상을 하듯 영상 속의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화면은 목동 아파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이유미 작가는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한 목동아파트 곳곳을 미장센적으로 화면에 담아냅니다.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단지 내 거리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은 공공장소인 산책로를 마치 개별적인 내러티브가 담긴 사적인 장소처럼 조명합니다. 산책로의 울창한 숲을 응시하던 시선은 곧이어 아파트 내부 주거공간으로 이동하면서 한 가족의 삶의 흔적이 응축된 사적인 공간을 소개합니다. 긴 세월 목동 아파트에 거주한 주민들은 이 지역과 함께한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축적된 주민들의 기억은 개인사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의 오목교 상권 개발과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재건축을 포함한 양천구의 변천사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영원한 기억은 존재할까요? 언젠가는 재개발이 될 목동 아파트는 물리적으로 사라지겠지만 이 지역을 ‘즐거운 나의 집’이자 ‘고향’으로 여기고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유미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은 이와 같은 기억에 대한 아카이브입니다. 관람객분들은 전시를 감상하시면서 자신만의 ‘즐거운 나의 집’을 회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흘러간 시간과 함께한 ‘즐거운 나의 집’은 빛바랜 색채로 기억되지만 때로는 강렬한 추억으로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