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과 예술', 정말로 거창한 주제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굳이 왜 연관성을 지었을까?'라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올해 2025년은 광복 80주년으로 이를 테마로 한 공연 및 전시가 많이 기획되고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8월 15일을 기점으로 국립국악원의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 공연 <빛을 노래하다>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의 광복 80주년 기념 전시 <향수, 고향을 그리다>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광복 80주년 기념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콘텐츠를 예약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우연에 가까운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귀로 듣고 눈으로 보게 된 지난 세월과 광복이라는 자유의 힘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빛을 노래하다>는 '화합, 기억, 희생, 소망, 미래, 빛'이라는 6가지의 키워드로 구성된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창작악단과 민속악단이 빚어내는 신명 나는 판놀음, 국악 그룹 구이임이 부르는 윤동주의 시, 소리꾼 고준석의 열사가, 진도씻김굿과 마지막으로 판소리 9시간 20분의 기네스북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주리와 현음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하는 더 나은 대한의 미래를 노래하는 1시간 40분의 구성은 다양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암울했던 강점기의 상황과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굿과 희망찬 미래를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프로그램은 한 국가의 역사와 개인의 삶이 중첩되어 빚어내는 모든 종류의 희로애락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빛을 노래하다>는 가난과 핍박을 당연시받던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구나를 짧은 시간 동안 청각적인 파노라마로 체험하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국립국악원의 <빛을 노래하다>가 공연장에서 본 첫 국악공연이었는데 큰 설명 없이도 국악의 곡조와 판소리의 가사들이 마음에 와닿고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의 마니아인 부모님 아래에 성장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컸는데 아무리 아름답게 연주를 잘하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봐도 연주가 너무 길어지거나 난해해지면 '지루하다'라는 감정을 꼭 느꼈습니다. 그러나 국립국악원의 이번 공연은 '지루할 틈새 없이'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인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습니다. 이는 삶 속에서 가랑비 젓듯이 접한 국악의 선율과 한국적인 곡선의 미를 느끼게 해주는 국악기의 모습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예술을 체험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의 <향수, 고향을 그리다>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기점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작가들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그려낸 고향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피난길을 추상화된 형태로 표현한 작품과 아름다운 봄날의 꽃밭으로 묘사한 고향을 그린 작품은 그곳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더 슬프게 다가오게 합니다. 상다수의 작가들은 떠나온 고향의 모습을 만개한 꽃이 흐드러진 평화로운 마을로 그린 모습을 보며 일장춘몽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떠나버린 그곳은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고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조차 이룰 수 없는 욕심인데 그러한 고향을 핑크빛의 흐드러진 화사함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예술적인 의지는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한 주인공의 꿈의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광복 80주년은 '진정한 자유'라는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자유는 어떠한 정당의 정치적인 노선과 전혀 관계없는 말 그대로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광복 80주년 기념의 공연과 전시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생존과 필수불가결한 국가가 자유한 상태이고 그곳에서 사는 개인들이 자유의지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때 예술도 진정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광복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속에서 깃든 소중한 자유의 의미를 감사하며 생각할 때 개인의 삶도 더 풍성하게 채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