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공연 @세종문화회관
2025년 10월 25일 지난 토요일,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의 가장 마지막 공연인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2025년 10월 15일부터 10월 25일까지 총 열흘간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각 시도별 국악관현악단과 KBS 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함께한 말 그대로 국악 대축제였습니다. 제가 이번에 공연을 관람한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은 세종문화회관 상주 단체로 1965년에 창설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국악관현악단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협연자로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씨와 서도 밴드의 보컬 서도씨가 함께 했습니다. 정말이지 스펙터클한 국악 공연이었습니다. 한 주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놀이터에서 보내면서 공연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잠들기로 다짐했던 저의 딸이 스스로 잠에서 깨어난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관현악을 위한 '흐르샤', '무당의 춤', 박다울 작곡의 '비밀의 정원'과 '거문 장난감', 서도 작곡의 '뱃노래', '이별가', '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주 아리랑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곡 '미월'이 연주되었습니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시작된 '흐르샤'는 한강에 대한 곡입니다. 지금 한강은 서울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으로 휴식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는 영토 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장소였습니다. '흐르샤'는 이러한 한강이 연결하는 역사의 흐름과 생명력을 품고 있는 곡이었습니다. '무당의 춤'은 말 그대로 무당의 춤사위를 국악관현악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신명 나면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곡으로 관람객들의 흥을 끌어올리는 연주곡이었습니다. 저는 평생을 크리스천으로 살아왔지만 국악으로 연주하는 무속 음악을 들으면 왜 이리 신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마을에서 굿판을 벌이면 동네 사람들이 다 구경 왔다는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곡이었습니다.
JTBC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 '슈퍼밴드 2'에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얻게 된 박다울 거문고 연주자는 거문고라는 전통악기를 활용하여 가장 현대적인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보통 거문고는 선비의 악기로 통칭되기에 점잖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박다울 씨의 '거문장난감'은 빠른 비트감과 동시대적인 감성을 자아내면서 관람객들의 함성을 이끌어냈습니다. '거문장난감'은 거문고가 주인공이기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거문고 연주자님들도 메인 멜로디를 박다울 씨와 함께 연주했는데 자연스럽게 비트감에 몸을 맡기며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히 중년의 남성 거문고 연주자님께서 머리를 흔들며 가장 흥을 많이 느끼시며 연주하셨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또 다른 대한민국의 중년인 저는 깊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인이 느끼는 흥이 저에게 전염된 흥미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같이 신나게 리듬감을 느끼며 연주를 감상했습니다.
보컬 서도가 리드하는 '서도밴드'는 JTBC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 '풍류대장'의 우승팀입니다. '풍류대장'은 국악을 전공한 참가자들이 경쟁을 벌였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5세부터 판소리를 시작하여 국악중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실용음악 작곡을 전공한 서도씨의 '조선팝'이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도씨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퍼포먼스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서도씨의 고운 음색은 공연장에 있는 모두를 전율케 했습니다. '뱃노래', '이별가' 모두 전통 민요이지만 매우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가사를 이해하는 것이 용이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의상과 열심히 준비한 멘트를 통해 전하는 서도씨를 보면서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예술인의 면모를 보았습니다.
마지막 곡인 상주 아리랑을 주제로 한 '미월'은 아리랑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미월'은 초승달처럼 가느다란 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움과 소망을 담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곡이라 그런지 곡을 구성하는 한 가락 한 가락이 아름답고 이해하기 쉬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전통민요인 아리랑을 소재로 한 이 곡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깊은 감정을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자아내기에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의 마지막 곡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국악의 다양성과 개성이었습니다. 전통음악의 역사와 동시대적인 감성이 한데 어우러진 이번 공연은 연주자와 작곡가의 개성이 적절히 드러나면서 국악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다양성이 아름답게 꽃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통 악기로 현대적인 음악을 창작하기까지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기울였을 박다울 씨와 서도씨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대단해 보였습니다. 편견을 깨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렇게 아름답게 창작의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관람객이자 예술계 종사자인 저는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박수를 '아주 크게 그리고 열심히' 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함성도 조금 지르긴 했습니다.
국악 공연을 관람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제가 정말로 한국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아리랑의 곡조가 쏙쏙 이해되는 그 순간은 마치 족집게 과외를 받는 그 순간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아리랑에 대해서 자세히 배워본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무리 우리의 삶과 식단이 서구화되었을지언정 삶의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한국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나 봅니다. 그래서 더 국악공연이 재미있고 반가운 것이 아닐까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더 선호하지만 국악 공연을 어려워하지 않고 즐기실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악 자체도 더 젊어져야겠지요. 젊은 국악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노력하기에 그런 날이 곧 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