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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슈티나 Prishtina, Kosovo

떠도는자의 기억법 #15

by 모래의 남자

6/21-23


독립한 지 15년이 넘은 국가의 수도지만 여전히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엿보이는 도시. 역시나 친절하고 유쾌하며 적극적인 사람들이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그늘진 모습 또한 좀처럼 숨겨지지 않는다.


“코소보에 한국인이 왜 왔지? 하긴 여기가 독일이나 프랑스보다는 많이 저렴하지. 그래서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지 뭐. 난 괜찮아.”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 아저씨는 둔탁한 영어로, 동시에 약간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당황한 나머지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코소보 역사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온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에게 그리 위로가 되진 못한 것 같았다.


독립을 부추겼던 미국과 서유럽에 대한 코소보의 믿음과 숭배는 굳건하지만, 정작 독립 이후 그들이 이곳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주변국들에 대한 경제적 종속의 흔적, 그리고 독립이 곧 자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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