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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렌 Prizren, Kosovo

떠도는자의 기억법 #14

by 모래의 남자

6/19-21


마을 혹은 동네라 일컫는 쪽이 맞을 듯한 소도시. 발칸반도에서 가장 늦게 독립한(세르비아는 인정하지 않지만) 국가의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


건물들의 분위기는 그라나다를 떠올리게 하고 뒷골목은 리스본 언덕의 좁은 길거리 같으며 대로변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변 어딘가 같으면서도 고개를 들어 먼산을 바라보면 강원도 영월 어드메 같기도 한.


어딜 가든 호기심으로 가득한 수십 개의 눈동자가 자외선보다 따갑게 따라붙고, 1분에 한 차례씩 인사와 사진 요청이 쇄도한다. 있지도 않던 관종 연예인병까지 생겨날 지경. 하루쯤 지나 관심이 줄어드니 서운함마저 드는 걸 보면 발병한 게 확실한 듯.


물가가 저렴해도 너무 저렴해서 환전해간 100유로 짜리 한장을 3일 동안 절반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낮은 물가가 그저 반가운 여행자와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현지인들의 처지에 마음이 쓰이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괴리. 참으로 알량하고 덧없으며 주제 넘는 생각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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