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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Beograd, Serbia

떠도는자의 기억법 #13

by 모래의 남자

6/16-19


별명이 많은 도시 베오그라드. 유럽의 화약고라는데 전쟁의 위험 따윈 모르겠고, 여기도 팍팍한 일상 속에 사람이 사는 동네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워서 화약고라면 맞는 말일 수도.


회색도시라는 또 다른 별명답게 낡고 우중충한 건물들. 그 연장선상에서 사람들의 하나같은 무표정 또한 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겉으로 따뜻하진 않으나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는 현지인들로 인해 역설적으로 채워지는 여행자의 편안함.


오만한 민족주의로 똘똘 뭉쳤을 것이라 생각했던 지독히 편협한 여행자의 편견을 비웃는 이 나라 고유의 다채로운 음악과 미술 작품들. 역시 서방 미디어의 프리즘으로만 학습해온 우리가 뭘 얼마나 알겠는가.


유고슬라비아 민족간 갈등에 강대국들이 개입하면서 자행한 무자비한 공습의 흔적은 도시 복판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멀게는 홍콩과 한반도까지 힘 있는 자들의 욕심은 국경을 제멋대로 그어대고 누군가의 피를 흘리게 만들며 항구적인 고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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