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구원의 손길
나의 우울증 일기 여섯 번째, 구원의 손길
엄마의 뇌출혈은 이번엔 뇌의 해마를 건드렸고 그것은 엄마의 기억력을 떨어트렸다.
한 번 했던 말을 기억을 잘 못하고 예전에 했던 말도 잘 기억을 못 하고...
그로 인해 엄마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나는 우울하고 자책하며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가족 중 누구도 그게 반갑지 않았을 때, 구원의 손길이 나를 찾아왔다.
2023년 가을 즈음이었나...
내가 한참 나의 존재감과 가치에 대해 평가 절하하며 대체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가, 왜 나는 예전과 다른 이런 못난 모습일까, 절망하며 절망하고 있을 때 오빠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너는 예전의 발랄하고 밝은 네가 아니야. 그냥 너지.
예전의 발랄하던 모습도, 지금의 침착한 모습도 다 너의 일부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통해 네가 분명히 성장할 것이라고 나는 믿어.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절망하지도 마.
네가 가는 길을 나는 항상 함께할 거야"
그때 나는 결심했다.
아 이 오빠라면 나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
결혼을 해야겠다.
하지만 백수인 나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2024년 새해, 오빠는 말했다.
"일단 결혼부터 하자. 그리고 그 이후에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되지.
나는 괜찮아. 그리고 너를 믿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무지 놀랐고, 무지 감동이었다.
백수인 연인에게 너를 책임지겠다 말하며 결혼하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게 내 연인이라니.
구원의 손길이 내게 내밀어졌다.
아무 취미도, 아무 관심도 없던 내게 결혼이란 신세계였다.
먼저 우리는 성수기 때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여름이나 겨울에 하자.
그런데 오빠는 땀이 많아 겨울을 원했고 당장의 겨울은 너무 급하다는 생각하에 2025년 12월을 목표로 잡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일산에 있고 오빠네 가족은 강서구와 인천에 있어서 결혼은 일산에서 하기로 했다.
한번 빠져들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ADHD의 기질은 여기서 발휘되었다.
그렇게 재빨리 2월에 스드메를 계약하고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에 스튜디오와 웨딩홀을 잡았다.
내년 12월에 결혼하는 사람치고는 무지 빠르지 않았나 싶다.
그즈음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들어간 경기도교육청 사이트.
2월 초 기간제 교사 모집 시즌이었다.
나는 무경력자이기 때문에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몇 군데 접수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집에서 15분 거리의 학교에 취직이 된 것이다.
그것도 설 전 면접을 본 당일에 바로 연락이 왔다.
"우리 학교에 와주세요 선생님"
막상 되고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설레기도 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교사일을 이렇게나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니...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구원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