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구원의 그림자
나의 우울증 일기 일곱 번째, 구원의 그림자.
2024년 2월은 웨딩 준비로 한참 바빴다.
물론 내 웨딩은 1년하고도 9개월이나 남긴 했었지만 그래도 그 때 빨리빨리 예약해두고 진행시켜둔게 지금도 뿌듯할만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3월.
드디어 교사로서 처음으로 교탁앞에 섰다.
내가 맡은 반은 중학교 1학년.
처음인걸 들키고 싶지 않아 부던히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통했던건지, 특유의 너스레가 도움에 됐던건지, 아니면 드디어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가득 차오른 나의 열정이 한 몫을 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내가 원래부터 교사였다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1학년이라 더 잘 통했던것 같다.
아이들과 함꼐 수업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게 주어진 업무를 바삐하니 내가 잊고있었던 교사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이 나를 들뜨게 했다.
나는 더더 열심히 아이들과 지냈고 더더 열심히 행정업무를 처리했으며 좋은 부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작년 부서는 정말 빌런 한 명 없이, 불편하거나 편하지 않은 사람 없는 엄청난 조합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좋아했고 선생님들도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들을 모두 사랑했고....
나의 관계지향적인 기질과 성격이 빛을 발했다.
구원받는 기분이였다.
학교에서만큼은 나는 환자가 아니라 교사로서 동료로서 인정받는 사람이구나.
그러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우울증 환자였다.
학교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만 누워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렇게 교사일을 좋아하면서 다시 시험을 쳐야겠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은 나에게 계속 도전해보라고 용기를 줬지만 그 모든 용기는 나에게서 튕겨나가 어딘가로 박혔다.
"이대로가 좋아.
기간제교사가 나한테는 딱인것 같아.
더는 심연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시험을 쳐서 정교사가 되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교사일을 안정적으로 맘껏 할 수 있는 길이였는데 비관이 나를 덮쳤고, 부정이 내 시야를 가렸다.
이러한 고민은 지금까지 이어졌는데
일례로 올 해 있었던 일을 말해보자면....
2025년 여름, 기간제로서 더 돋보여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온 나에게 오빠는 말했다.
"네가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게 싫어서 나는 네가 공부하길 바란거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교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네 긍정적인 면을 정말 좋아해. 너는 책임감도 있는 친구지.
그런데 왜 시험에서만은 그게 적용이 안되는거야?
앞으로도 계속 네가 기간제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일단 시작해봐. 중간에 포기해도 좋아. 시작이 반이잖아."
그 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렀고, 순간의 자살사고가 나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아, 오빠는 나의 우울증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구나.
오빠가 예민해서, 더 아파할까봐 하지못한 많은 말들의 값을 나는 이제서야 치루는구나.
오빠, 중간에 포기한다는건 나한텐 시험이 아니라 나를 포기한다는거야.'
내뱉지 못한 말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눈물이 앞섰다.
오빠는 당황했고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때까지 더는 얘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우울에 빠지고 말았다.
1년간 하지 않던 나를 해치는 생각이 나를 스쳐간 그 순간이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항상 가족이 1순위인 나에게 언제 나는 1순위가 되냐는 오빠의 말에 나는 오빠가 내 가족이 되면 되지. 라고 대답했것만 가족이 되어 그는 나를 찔렀다.
내 마음이 많이 튼튼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게 찔린 곳에선 피가 철철나서 지혈이 안됐다.
구원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