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35편
최근에 새로운 요리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첫 시작은 점심요가 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고구마샐러드 넣은 모닝빵'이었다. 그 다음은 '양배추가 들어간 길거리토스트'를 저녁식사 후 간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 다음은 '닭다리살로 만드는 닭곰탕'을 주말에 만들어 보려고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두었다. 길거리토스트가 생각보다 파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맛이 나서 사실 신이 난 면이 크지만. 삼계탕까지는 어려워도 좋아하는 부위만으로 만드는 닭곰탕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신혼초에는 양념 계량 기준을 메모지에 기록해가며 내가 만들 수 있는 요리 가짓수를 하나씩 늘려나가곤 했다. 설탕이 들어가는 계란찜 하나 빼곤 대체로 우리 입맛에 맞아 잘 먹었었는데. 자주 해먹었던 요리는 애호박계란덮밥, 닭갈비, 고추장찌개 등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볼만한 여유가 없어졌고, 기존 요리레시피에 밀키트 등을 활용해 한끼한끼 차리기 급급한 요리를 이어왔다. 이제 조금 아이 음식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은 내 마음의 여유가 새 불씨가 된 걸까. 내가 또 어떤 새로운 요리를 해볼 수 있을까 검색하며 하나씩 도전하는 즐거움을 찾아나서고 있다.
집에서 한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보는 건 작지만 확실한 것을 눈앞에 만들어내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건강히 돌보는데 쓴다는 기쁨이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온다. 매일 해야한다는 압박없이 가끔 해보고 싶은 게 눈에 띄면 하나씩 새로운 요리를 해보는 게 일상을 풍선처럼 즐겁게 부풀려준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단순하게 하나의 음식을 짜짠 만들고 감탄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포근하게 감싸는 일이 내겐 더 근사하다.
음식에 깃든 내 추억들이 소환되는 일은 덩달아 따라온다. 요즘 하나씩 만들어본 새로운 요리엔 다 예전에 내 추억들이 함께 있다. 새로운 요리를 검색할 때 자연스레 떠올린다. 예전에 이 음식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처음 시도해보는 요리들이 탄생했기에. 대학교 때 아침 지하철역 입구에서 코끝을 자극하던 길거리토스트 냄새가 아직도 아른거리고, 할머니가 해준 닭죽 내음과 그 걸쭉한 식감이 입안을 맴돈다. 그와 비슷한 걸 재현해내려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때의 내 시간들이 그리워져서. 그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 잠시나마 그때로 시간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이 들어서. 아무래도 내가 요즘 시도해보는, 스스로 처음 해보는 요리들은 새로움이라는 가면 아래 추억의 속살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 다음 요리는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