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36편
'은퇴하면 계속 휴가지'라는 말을 엄마에게 들었다. 아마 통상의 여름휴가기간에 어디 여름휴가 겸 여행이라도 가시는지 묻는 말에 엄마가 건넨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세대도 은퇴하면 계속 휴가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을까. 커다란 물음표가 떠오른다.
이전 세대들이 일해 모은 돈으로 노후에 일에서 해방된 은퇴의 일상이 가능한 비율에 비해 요즘 세대는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은 쏙 들어간지 오래고, 노후빈곤이라는 말이 두드러지는 시대니까.
미래가 더욱 더 불확실할 때,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현재의 균형이다. 나중에 온전한 휴가, 일에서의 완전한 해방으로 보상 받을 수 없다는 걸 절감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들이 현재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은 알 수 없다는 체감이 단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외침 속에 현재에 몰입하게 하고, 워라밸을 외치게 하는 본질이라고 난 생각한다.
은퇴 후 쉬라고. 이건 개뼉다귀 같은 소리다. 우리 부모님 세대 땐 가능했을지 몰라도 앞으로 그게 가능할지 정말 모르겠다. 투잡, 은퇴후 어떤 일을 할지 노후준비를 생각하는 시대에, '현재의 워라밸은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화가 본격화되는 40대에 들어선 난 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피곤해보이는지 살핀다. 틈만 나면 쉬어야 할 때란 말을 건넨다. 무슨 휴식 전도사가 된 기분마저 들지만.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과 휴식의 균형, 그 비율을 잘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워라밸을 잘 실현하는 사람으로 일상을 잘 지속해서 주변에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 더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적절한 자신만의 휴식 텀을 철칙처럼 지키고, 일과 휴식의 비중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하며, 난 할일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일 외의 조용한 기쁨들을 꾸준히 발견하며 쉬엄쉬엄 살아갈 것이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일은 많고, 일은 생계유지 가능한 정도로 유지하면서 나의 기쁨과 만족을 확장하는 자유 속에 내가 더 놓일 수 있도록. 보다 더 열심히 휴가와 휴식에 매진할 것이다. 은퇴 후 휴가는 저 나라 이야기이니까. 지금의 휴식이 내게는 생존이고, 자유고, 저항이니까. 오늘의 내게 묻는다. 오늘 얼마나 스스로를 생존과 직결된 휴식과 자유 안에 풀어주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