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카드

일상에세이 40편

by forcalmness

요즘 젊은 사람들은 포토카드를 모은다고 들었다. 난 포토카드 아닌 '포스트카드'를 수집한다. 어렸을 때 좋아해서 오래 간직했던 포스트카드, 엽서 한장을 지금도 기억한다. 밤의 보랏빛 배경에 노란 별이 그려져 있었고, '시행착오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의미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정확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는게 아쉽지만, 지금도 그 엽서에 있던 '시행착오'라는 말을 좋아한다.



엽서는 유용하다. 실용주의자로서 느끼는 엽서의 효용은 먼저 엽서의 예쁜 그림 그대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집 인테리어는 사진과 엽서가 팔할이다. 냉장고엔 여러 여행지에서 하나씩 사온 엽서들이 겹쳐져 있고, 거실 책장 옆에도 미술관, 서점에서 하나씩 들고 온 엽서들이 얼기설기 하나의 액자들처럼 붙어있다. 그 엽서들을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거실에 앉아 멍하게 시선을 둘 때마다 바라본다. 좋았던 여행지에서의 기억들과 미술관, 서점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라 그것만으로 기쁜 환기의 통로가 되어준다.



그 다음 감성주의자로서 엽서활용법은 엽서를 편지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앞면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뒷면에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면 최고의 감성적인 편지지가 된다. 요즘 말하는 '갬성 있다'는 편지지로 감동의 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발견한 소규모 미술전시공간에서 첫 방문에 눈여겨 봐둔 엽서세트를 이번 두번째 방문에 질러버렸

다. 봄사무소라는 작가의 그림엽서인데 그림 자체가 너무 포근하다. 스무장 쯤 되려나 장당 천냥으로 큰맘 먹고 구입해왔다. 요즘 자꾸 마음에 계속 아른거리는 건 다음에 또 아른거릴테니 한번 쯤은 뒤돌아보되, 두번째 기회엔 실행하는 걸로 결심했는데. 실행해서 뿌듯하다.



너무 예쁘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 봐도 좋은, 미술치료 같은 재료다. 그림엽서에 그려진 풍경, 사람들 표정을 바라보면 나도 그 표정을 따라 짓게 되고, 그 풍경 안에 놓이는 걸 상상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포토카드를 모으는 마음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 같다. 마음이 환해지고 포근해지는 효과는 같으니까. 한동안은 이 포스트카드세트가 내 보물목록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할 것 같다. 신랑 생일, 우리 결혼기념일에 이 엽서를 하나씩 편지지로 활용하는 상상을 했다. 엽서에 그려진 그림의 모습처럼 살자고.




작가의 이전글기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