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에세이

책리뷰 36편

by forcalmness

언젠가부터 휴식을 떠올리면 바다가 떠오른다. 겨울에 들른 부산 광안리해변도, 여름에 머물렀던 강릉 경포해변도 그립다. 그저 잔물결들을 바라보는 시간과 휴식의 잔잔함이 닮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라는 책제목을 마주하곤 첫눈에 반할 수밖에. 진정한 휴식에 목마른 사람은 제목의 덫에 빠져 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번아웃이 와서 쉬는 동안, 처음엔 편안히 쉬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유롭게 떠오르는 단상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보여줄 결과물이 없고 남들과 공유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란 표현을 쓰는데, 요즘 드는 생각을 옮긴 것 같아 한눈에 들어왔다. "휴식 시간에 휴식을 한 게 아니라, 그 틈을 타 다른 일을 하려고 휴식시간을 기다렸다'"라는 말도 내가 꿈꾸는 진정한 휴식의 의미와 통했다.



그후 '내면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란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만든 무엇이 나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 닿을 때'란 생각으로 이어졌고. 내가 쓰는 글, 내가 만드는 음식, 내가 건네는 말,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일. '의미 순도가 높은 일에 보다 풍덩 빠질 수 있는 게 진정한 휴식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생산적인 일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휴식을 하며 그 휴식 속에서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는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삶이 잘 이어지던지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신기하게 읽을수록 저자는 일중독자여서 저자의 생각이 일을 할 때 반대로 도움이 될만한 관점으로 읽혔다. '데드라인이 삶의 변수를 단순화시킨다'거나 '시간의 용도를 확정'해준다거나 하는 생각은 곱씹을수록 신박했다. 일에서 무엇을 완성하면 더이상 완성된 작업물이 자신을 대변하는 일부가 아니라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미완의 작업물들을 최대한 많이 남겨둔다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되어주었다.



사실 요즘 난 일을 할 때, 이런 두 문구를 써두고 일을 시작한다. "난 할일목록 이상의 존재다."를 공적인 할일 목록 맨 위에, "조용한 기쁨 찾기"를 사적인 일들 목록 위에. 일에 매몰되지 않고 일 사이사이에 개인적인 일들을 끼워서 할 수 있도록. 일보다는 삶을 살고 싶어서.



책을 조금 더 읽으니, 저자가 어떤 에피소드들에서 휴식의 기운을 얻는지가 등장했다. 부모님의 단골가게 중 딤섬가게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영원히 기다리고 살아가고 구경하고 공연한다"는 표현이. "안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도통 알 수 없으나, 그동안은 세상 속 일상의 끊임없는 소용돌이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뜻이다." 이 글을 읽는데, 딤섬가게의 세계 안에서 오래 살고 싶어졌다. 만쩌우라는 천천히 가세요라는 인사가 '평소에도 차분히 신중하게 살 수 있어. 평소에도 기다림과 느림을 기본으로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좋다는 얘기도. 저자는 이런 말들과 세계에서 휴식의 위안을 얻는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고서 내게 새로 생긴 결심은 일 그 다음에 휴식, 휴식을 일 뒤에 두는 선후관계를 뒤집어 온전히 내가 휴식 그 자체를 누리고 싶을 때 휴식을 선택하는 것. 지금은 망중한, 한가로운 시간을 바쁜 시간 사이사이에 끼워넣는 것도 겨우 의식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곧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모든 걸 멈추고 바닷속으로', 거듭해서 멈추고 다시 멈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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