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온도차

일상에세이 47편

by forcalmness

내 핸드폰엔 사진들이 가득차 있다. 내 취미 중 하나가 일정기간 찍은 사진들 중에 마음에 특별히 드는 사진들을 모아 콜라주를 만들고, 그 콜라주를 배경사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 은근한 관종인건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최근 사진으로 콜라주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현재 모습을 바라보면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 같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충전기에 핸드폰을 꽂고 그립톡으로 핸드폰을 비스듬히 세운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둔, 최근에 찍은 일상 속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 벽에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네컷사진을 붙여둔 사람들도 있던데 그렇게 버젓이 내놓긴 싫고. 보다 내밀한 공간에 소장하듯 두고 보고플 때 바라보기가 편안하다.



내 사진의 주안점은 풍경 아닌, '사람의 표정'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친구가 여기 해외인지 알 수 없게 찍었다며 신기하다는 투로 말한 적이 있다. 내겐 어디 있었는지보다 그 당시 기분과 감정이 담긴 표정이 중요하다. 결국 내가 사진을 찍어 남기는 이유는 사진에 포착된 순간의 얼굴표정 안에 담긴 기쁨 즐거움 감탄 등의 감정들을 보존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다.



그 순간의 표정들이 사진으로 박제하듯 남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너무 아깝고 아쉽다. 그래서 여유가 있으면 되도록 많이 얼굴표정을 포착한 사진을 찍으려 연신 얼굴에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 얼굴 한정이다. 신랑과 아이의 쑥스러운 기쁨을 머금고 있는 사진 속 표정을 두고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 현재의 불안, 힘겨움, 지침, 감정 기복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미묘한 사진 간 표정차이를 비교하며 웃는 것도 내 비밀스러운 재미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사진찍기에 시들시들하다. 내가 기억하고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우리 사진 한장 찍자 하면 아이가 자꾸 얼굴을 숨긴다. 오랜만에 아이랑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켜 먹는데, 짜장소스를 입에 가득 묻히고 먹는 아이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사진에 그대로 담아 두고 싶었다. 아이는 입 주변이 지저분하게 찍히는 게 싫은건지 입을 가리다가 나중엔 얼굴전체를 가렸다. 오늘은 협조를 잘 안해주네 하면서 조금 찍고 핸드폰 카메라를 내려두었다. 이렇게 사진을 대하는 온도차가 느껴질 때면 속상해하는 내가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사진을 들이댔나 하는 반성도 잠시, 엄마의 사진 남기는 취미에 좀 협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속이 상한다.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어릴때 본인 사진 보여달라고 해도 안 보여주는 수가 있어 하고 속으로 머나먼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 속을 다시 달래는 방법은 결국 다시 다양한 표정이 담긴 사진 보기다. 사진의 온도차가 있으면 어떠랴. 한장은 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난 또 쑥스러운 기쁨이 담긴 얼굴표정을 담으려 카메라를 들이댈 생각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제안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풍성해지는 콜라주 사진만큼 내 마음의 평온이 유지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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