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길게 늘여서

일상에세이 48편

by forcalmness

설연휴 오일, 토일월화수 중 화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신랑은 벌써부터 기분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훗, 신랑 특유의 투덜거림을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화요일 저녁, 수요일이 흘러가면 이른 아침에 모닝콜에 눈을 떠 일터로 몸을 날라야한다는 걸.



이번 설연휴 오일엔 집에서 온전히 신랑, 아이와 셋이서 보내기로 했다. 미리 전주 주말에 서울에 다녀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저번 주말에 쉬지 못해 한주가 너무도 길었지만 그만한 수고의 가치가 있었다.



설연휴 오일 동안 사실 특별한 걸 한 건 아니다. 이틀 점심은 중국집과 고깃집에서 외식을 했다.(오일동안 매 끼니를 해먹다간 화딱지가 나서 분노가 폭발할지도 모르니 적당히 사먹어줘야 한다.)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같이 그네를 나란히 타고 철봉을 하며 우스운 신랑의 철봉 자세에 희희낙낙하며 웃었다. 또 하루엔 차를 타고 한 지역 마을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종합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햇빛을 쐬며 광합성을 했다. 집에선 신랑과 새벽에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아이와 주사위놀이와 풍선놀이를 간간히 했으며, 신랑과 앞으로 어떻게 살고픈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일의 비중,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전 준비, 살아갈 집의 변화 등등.



특별하지 않지만 길고 독립된 오일 간의 일상은 시간에 대한 내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셋이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어떻게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설연휴 오일동안 미리 세워둔 몇가지 계획을 끝마쳐야 한다는 강박, 그래도 긴 연휴인데 평소보다 글도 더 쓰고 책도 더 읽고 싶다는 생산성에 대한 갈망, 신랑과 어떤 고민을 같이 하고 있는데 그 고민의 실마리와 방향을 커다란 얼개라도 잡아두고 싶은 성급함. 마지막으로 개인시간과 가족시간 간의 비율을 나눠서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시간 배분에 대한 갈증이었다. 강박, 생산성, 성급함, 갈증 이 모든 게 시간을 대하는 내 총체적인 방식이라는 걸 느꼈다.



시간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 전체시간을 개인시간, 가족시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생각을 바꿔 개인시간과 가족시간을 개별적인 독립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의 단순한 합계로 생각하면 당연히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으니. 그저 개인시간과 가족시간이 언제든 유연하게 왔다갔다 변동될 수 있다는 걸 수용하고, 대신 그 시간에 몰입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더 고민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간을 너무 분절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긴 흐름 안에 내가 작은 존재로 들어와 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겸허함으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짧게 헉헉대며 과호흡하지 말고. 이번 설연휴가 내게 내린 처방은 이거였다. 긴 호흡처럼 시간을 늘여두면서 일과는 단절된 시간의 평온을 누리기였다. 남은 설연휴 하루는 아주 길게 늘여서 충분하고도 넘치게 평온한 마음으로 누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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