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31편
아이가 저멀리 뛰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본다. 아이는 운동장을 에너저이저처럼 누빈다. 새 운동장을 우연히 발견해 들어간 덕분이다. 트랙이 그려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던 러너들과 아이는 자신 혼자만 겨루기에 빠진다. 운동장 트랙을 도는 사람들은 아이의 뜀에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달리기에 빠져있다. 그에 반해 우리 아이는 그 사람들이 다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근처로 오면 전력질주를 하곤 한다. 혼자만 의식하는 그 몸짓과 눈짓에 웃음이 터지고 만다. 아이는 달리기가 마냥 좋은 걸까. 자신이 빠르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다시 달리는데 동력이 되는 걸까.
어릴 때 나 또한 달리기를 참 좋아했었다. 바람을 가르는 순간, 바람과 실제로 마찰하는 기분이 드는 게 마냥 들뜨는 쾌감이었다고 기억한다. 초등학교 모래 운동장 한바퀴를 신나게 휘저어가며 돌던 기억이 내 몸에 각인되어 있다. 계주를 하며 파란색 바통을 건네받던 짜릿했던 순간도. 그런데 지금은 어느새 아이보다 뛰는 게 느려졌고, 그 사실이 처음엔 충격이었다가 지금은 수용상태에 다다랐다. 내 몸은 언제 이렇게 녹슬었을까. 심장이 벅차게 뛰던 순간이 언제적 일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이가 우리의 시선 안에서 여러번 나들이 가듯 운동장 트랙을 돌고 뽐내듯 돌아왔다. 운동장의 러너들을 주시하면서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뽐내던 초보러너의 면모도 자꾸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그때 어렴풋이 결심했던 것 같다. 미세하게 따스해진 바람에 봄이 오고 있음을 느꼈으니. 올해는 집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울타리 삼아 조금씩 뛰어보리라. 나도 숨차게 뛰다보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겠지. 가끔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물리적인 실감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장의 초보 러너가 한명 더 늘어나는 봄날을 맞이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