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과 툇마루프로젝트

일상에세이 49편

by forcalmness

인생을 다운사이징하기로 결심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놓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픈 일상의 모습은 삶의 규모를 줄여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우리가 여러번 이사를 하며 우리 일상의 동선에 최적인 만족도 높은 집이다. 일상 안정감의 기초선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집에 계속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이 크다. 현재 집이 주는 일상만족감을 위해 지금처럼 노년까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노년까지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넘실댔다. 그럼 어떻게 다르게 지내고 싶은지 곰곰히 생각해보는데, 자꾸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지난 여름에 완주 어느 한옥 독채숙소에서 보낸 시간들이. 처음엔 한옥 내부의 서까래와 대들보의 자연스러운 멋에 자꾸 눈이 갔다. 나무 기둥들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장난감 비행기를 던지면서 노는데 그 순간들이 꿈 같았다. 아이에게 뛰지말라고 주의를 줄 필요가 없고 그래서 아이도 더 신나서 뛰어다니는 편안함도 그곳에선 가능했다. 그러다 툇마루에 앉아 아침햇살을 느끼는데, 여기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노래도 듣고 싶고 책도 보고 싶다는 여러 그림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신랑은 이곳에 앉아 컵라면 먹으면 딱이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신기하게 그 기억들이 새로이 꿈꾸는 삶의 토대가 되었다. 신랑의 생각도 비슷하다는 것이 좋았다. 서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는 그림이 비슷하다는 것도 행운이니까. 우리는 새로운 꿈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툇마루 프로젝트'. 그 툇마루에서 서로 하고픈 것들을 그린 시간이 새로운 일상의 단초이니까. 사실 지금은 막막함이 앞선다. 계획을 구체화하고 명료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한다는 걸 알기에. 그러면서도 내면엔 활활 타오르기 직전의 조용한 불꽃이 생긴 것 같다. 새로운 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겼으니.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넘어선 간절함이 내면에 심어진 느낌이라고 할까. 지금은 진짜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벅찬 기쁨으로 과정을 잘 완수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지만. 어쩌면 일상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포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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