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54
따뜻한 계절을 몹시도 기다리는 우리집은 썸머 패밀리다. 땀을 흘려도 괜찮다. 가벼운 차림의 여름이 움츠러드는 애벌레 같아지는 겨울보다 훨씬 좋다. 날이 따뜻해져야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 자체가 생겨난다. 아직은 햇빛이 드는 따사로운 곳만 골라다녀야 그나마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봄날들 안에 있지만.
요즘 여름이 오면 하고픈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차디찬 바람의 냉기를 마음에서 밀어내고 있다. 일단 선글라스에 도수를 넣어야 한다. 자외선지수가 높아진 걸 재작년부터 부쩍 체감했다. 눈이 부셔서 여름에 밖에 다니는 게 힘들다고 느꼈다. 평소 안경 없이는 일상상활이 어려운 사람이라 가지고 있는 선글라스의 렌즈를 안경 도수를 넣은 렌즈로 갈아끼우는 일이, 여름을 기꺼이 맞이하는 첫 준비작업이 될 참이다. 나이 들어 녹내장 백내장 수술 안 하려면 지금부터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다.
그 다음은 아이에게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주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만 선글라스를 쓰기엔 미안하니까. 아이에게도 최소한은 대비를 시켜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챙이 긴 선캡에 추가로 선스틱을 눈에 띄는 곳에 내놓으려 한다. 그 다음은 돗자리의 차례다. 작년 가을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싸온 간식거리를 먹으며 있던 시간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바람이 조금만 더 잦아들면, 평일에 하루 휴가를 내고 가까운 놀이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벼이 꼬마김밥을 싸서 피크닉을 가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올해는 자주 돗자리를 펴고 햇빛과 그늘의 적절한 배치도 안에 오래 머무르려고 작정하고 있다.
여름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전, 요즘 내가 좋아하는 건 아이스크림 먹기다. 겨울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아이스크림들을 할인점에서 세개나 사서 냉동실에 쟁였다. 겨울이 아닌 여름이 오고 있다는 기분 좋은 실감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느낀다. 야금야금 한 숟갈씩 입안에서 녹아 사라지는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며. 그 시간만큼 또 우리에게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고. 벌써 아이스 크림커피도 개시했다. 여름아, 어서와. 여름맞이를 준비하며 널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