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37
아이 낳고 첫 외박길에 올랐다. 아이와 신랑 셋이서 다같이 여행으로 집 밖에서 지낸 적은 있어도 오롯이 혼자 떨어진 밤은 처음이다. 아이는 어떤 감이 있는 건지 출발 전날 기침과 콧물이 시작됐다. 부리나케 소아과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요즘 일교차가 큰데 놀이터에서 뛰어놀면서 컨디션이 저하된 것 같았다.
부산으로 아침일찍 떠나는 기차와 다음날 정오 이후에 돌아오는 기차표 외에도 혹시 당일로 올라오는 기차표를 예매해야하나 고민하며 잠에 들었는데. 다행히 아침에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어제보단 말끔한 얼굴로 엄마를 불렀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아무리 일이 있어도 새벽에 집에 들어와 잠을 자고 아침에 아이방에 가서 아이를 깨우는 일과였는데. 이번엔 하룻밤 정도 떨어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이 나이 일곱살, 이젠 '엄마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엔 없고 어린이집 하원할 때 올게'라고 말하면 입술을 비죽이며 서운한 얼굴을 하지만. 그런 헤어짐의 순간 후에 다시 분명 온다는 걸 아는 나이. 그 헤어짐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꽤 터득한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상 출장이 이유지만 부산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바다의 잔물결을 바라보고, 골목골목을 누구 챙김없이 천천히 그저 걸어보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일 때 그만의 행복감이 차오르는 것도 참 좋은데, 혼자 정처없이 걷는 자유는 이런 기회에만 온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 이런 마음을 아는지 미리 꼭 가고 싶다는 나의 언지에 직감하는 건지 신랑은 잘 다녀오라고 얘기해줬다. 내가 이젠 하루쯤 자리를 비워도 신랑이 아이와 충분히 잘 놀고, 노는 것뿐만 아니라 온전히 혼자 아이 돌봄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부터 서로 가능한 확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왠지 이제야 비로소 진짜 엄마 아빠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아이를 혼자서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모가 된 날. 엄마는 아이로부터의 독립, 아빠는 아이를 향한 온전한 돌봄.
업무 일정이 다 끝나고, 저녁시간 집에 오붓이 계신 두 분께 전화를 걸어야겠다. '엄마 부산에 잘 있다고 보고 싶다고', 멀리 있어도 다정한 신호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다음날 부산 지역빵인 갈매기빵을 사서 사랑하는 신랑과 아이에게 건네야겠다. 첫 외박을 허해준 고마움을 담아.